어느새 뒷산의 아카시아꽃이 몽글몽글한 망울을 터트리며
동네 전체가 아카시아 꽃 향기로 가득하다.
또한 오월의 투명한 아침 햇살을 가르며 까치들의 합창이
신록이 우거진 숲속을 넘나들고 그에 질세라
매끄러운 방울새와 참새소리에 이어 산비둘기의 구슬픈울음에
왠지모르게 코끝이 시큰해 온다.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즈음 분위기를 깨며 푸드득 날아오르면서
둔탁한 소리로 컹과 꿩의 중간 소리의 꿩이 요란하게 달아난다.
그렇게 조금만 있으면 뻐꾸기 노래따라 곧 여름이 올테지.
이 평화롭고 조용한 우리동네의 정적을 깨는 훼방꾼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 삐비삐-익--에--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에--
오늘 김 아무개씨의 회갑년에 가실분은 9시 30분 까지
농협앞 공터에 차를 대기시켜 놓았으니 참석하실 분은 늦지않게
나오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알립니다..중략..삐비삑.."
지금이 몇시인줄 아십니까 아침 8시5분이다.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선 전봇대에 메달린 확성기에서
엄청스리 크게 나오는 소리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 잠자리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절규를 한다.
바로 앞에서 갑자기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깜짝 깜짝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것도 꼭 아침 8시를 기점으로 하여
발효비료 석회비료 신청하라고 방송하고 비료 받아가라고
재방송하고 뿐만 아니라 고추모종이며 유기퇴비며....
그리고 가을이면 김장소금과 마른 고추 마늘과 메주콩이며
이틀이 멀다하고 이장님 말씀은 온동네를 쩌렁 쩌렁 울려 댄다
.
또한 6개월 마다 광견병예방 접종까지 우리집에다 대고 방송을한다.
그런데 우리집이 동네 한가운데에 있으면 말도 안한다.
약간의 구석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을 통하여 온동네에
다 퍼지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집을 소개하자면 네 가구가 살고 있는데 직업도 다 틀리다.
옆집은 트럭 기사고 앞집은 택시기사요 그 옆집과 앞집은 회사원이다.
그런데 다른 집은 그렇다 치고 앞집 택시기사 아저씨는 밤에 일하고 와서
낮에 잠을 자야 하는데 며칠에 한번씩 성능도
좋지않은 확성기의 이장님 말씀은 공해요 짜증 그 자체이다.
심지어는 누구네 모친상이라고 방송하고 봄놀이 가을 놀이
회비내라고 방송하고 주차장에 차 빼라고 방송하고....
또한 노인 잔치라도 할라치면 타령에서부터 뽕짝 메들리를
하루죙일 틀어대니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처음엔 한두곡은 그래도 들어줄만 하건만 빠른 템포의 꽝 꽝
울리는 똑같은 노래를 계속 듣다보면 울렁증이 생길 정도이다.
이렇게 확성기에서 나오는 이장님 말씀이나 경로잔치가 있는 날에는
전화통화도 할수없고 tv도 그림으로만 봐야하고 라디오도 들을수없다.
하지만 시끄러워서 짜증은 나지만 한편으론
우리동네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울수가 없고 늦잠도 잘수가
없으니 어쩔수없이 부지런해 질수 밖에 없는게 어쩌면 고마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도 이장님말씀은 확성기를 타고 온동네를 강타하며
아카시아 향기와 함께 울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