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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봉투 제출하던 날(추억하나)


BY 로맨티스트 2004-05-13

해마다 한번씩 기생충검사를 하던 시절
그날이면 학교에서 속에는 똥을 담는
하얀 얇은 비닐이 담긴 겉이 누런 종이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선생님은 점잖게
채변봉투라 불렀지만
철없던 우리는 그냥
똥봉투라 불렀으니..^^*


똥봉투를 제출하던 날이면
그날 학교 목조화장실에서는
남의 똥을 빌리기위해
성냥알캥이 들고 설쳐대던
개구장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방망이,영환이,태동이 등등 나의 꼬추 친구들...
 

똥봉투 제출하던날
내짝지 영희는 죄지은 사람처럼
죽을상을 하고 얼굴이 홍당무되어
교탁위에 놓인 똥봉투함에
자기똥봉투를 살짝 던져놓고
줄행랑을 쳤었다


기실 난 그때까지만해도
양갈래머리 끝댕기에 꽃무늬장식 달린
내짝지 영희만큼은
똥도 안누는 여잔줄 알았다


시골 밭고랑 두엄내음 같은 쿠리한 향기가 
종일 코를 찌르던 교실엔 서로들 니똥냄새니
내똥냄새니 하고 싸움박질을 했었다


똥봉투 제출하고 난 얼마뒤
선생님이 명단을 불렀다


그날 나랑 방망이,영환이,태동이, 내짝지 영희는
하얀 회충알 수십알 씩 타가지고 집으로 갔다
까마득한 초등학교시절 연례행사처럼
기생충 검사를 하던 그때 그시절이
오늘따라 무척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