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65

말과 글


BY 아리 2004-05-07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명문이나 베스트셀러보다

이방에 있는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실재로 유명세를 물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욱 감성적으로

더욱 섬세하게 글을 써 놓는 이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생활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오는 아줌마들의 한과

사랑과 정이 깃들여 있어서 인지 모르겠다

 

아주 아주 오랫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 같은 사람같은 편안함이 이방안에

가득하다

늘 그들의 생활을 비스듬히 엿보고

오늘 겪은 그들의 아픔과 사랑과 즐거움을 같이해 왔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거의 모든  글과

아이디가 일치하고

아하 그랬지 하는 감탄사와 이유 모를 긍정이 머리를 숙이게 했다

 

그러나 ~~~

 

가끔

이 사람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꼭 나쁜 의미가 아니더라도

-- 나의 편협하고 어느 한 쪽으로 생각하고 결정지어버리는  감성이나 도덕성에는

많은 허구가 들어 있다는 걸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적도 솔직히 있다

 

그만큼 사람의 양면성이나

허구나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의 감성은 저울 위에 올려 놓을 줄 몰랐던 나의 멍청함이

함께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며

이 사람은 모든 시점을 긍정과 아름다움으로 놓고 있는

순수 그 자체로 내 스스로 --순전히 나의 시점에서만 보고 하는 오류-설정 해 놓았다가

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미움이나 정 반대의 견제나 아픔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으면

나는 깜짝 놀라며 갑자기 내스스로의 판단 능력이 뒤떨어짐을 인정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양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

내 안에는 그토록 많은 양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 힘든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중인데 ...

누구 말대로 남편과도 이만큼 살았으면

좋은 일도 백가지 싫은 일도 백가지 인데

어느 한 쪽으로의 설정은 참으로 바보 스러운 결과를 낼 밖에 ....

 

어제 신랑과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랑이 내게 간단한 답을 주었다

 

"말을 듣고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지만 글은  그렇지 않아 ...

 말은 표정까지 담겨 있고 글은 백지에 쓴 상태라 감정을 더듬기가 실재론 어려우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이방을 드나들며

보이지 않는 표정까지 읽어내고

보여주지 않는 부분의 여린 감성이 보이는 듯도 하다

아직도 나는 이방에 있는 모든 님들의 글을 사랑하고

그 글에 조목 조목 답글을 달고 싶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고

같은 시점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따스한 아궁이 역할을 하고 있는 바로 이 방안에서만이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