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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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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생각


BY 낸시 2004-04-30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결국 남편에게 꽥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낮에부터 남편에게 슬슬 부화가 나긴 했었다.

남편은 요즘 날 빈정거릴 때가 많다.

오늘 낮에 가게에서도 세금 문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가 손님들에게 세금을 못 받은 경우라도 세금을 꼬박꼬박 신고하기로 했다고 비웃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러더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 차를 가게에서 필요한 차로 교환하는 것보다 내 차를 팔고 가게에서 필요한 차를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기에 번거로우니까 그냥 교환하겠다고 했더니 무엇이 번거로우냐고 시비다.

그런 일에 신경쓰기 싫다고 하니 그럼 무슨 일에 신경을 쓰느냐고 한다.

결국 참을성이 적은 내가 꽥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차를 교환하는 것과 내 차를 팔고 다른 차를 사는 것 중에 남편은 어느 편이 경제적인 가를 저울질하고, 나는 어는 편이 편리한가를 저울질 한다.

돈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남편과 다툴 때가 참 많다.

난 돈을 셈하는 일을 싫어하고  자연히 돈을 셈하는 일에 서툴다.

이제껏 가계부를 적어 본 적도 없고, 내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는 지도 모르고 살았다.

필요한 물건이라는 판단이 서면 값의 고하를 별로 따지지 않고 물건을 샀다.

삯월세 방에 살면서 전세방을 꿈꾸어 본 적도, 전세방에 살면서 내 집을 꿈구어 본 적도, 적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큰 평수의 아파트를 꿈꾸어 본 적도 없다.

그저 내게 허용된 공간이 있음으로 족했다.

내가 가진 돈을 불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맨 적도, 나 보다 더 많이 가진 남을 부러워 한 적도 없다.

그러니 평생을 살면서 부족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돈 걱정을 해 본 적도 없다.

남편은 나랑은 좀 다르다.

삯월세에 살면서 전세를 꿈꾸고, 전세에 살면서 내 집을 꿈꾸고, 적은 평수의 아파트에서는 큰 평수의 아파트를 꿈꾸며 살았다.

그런 그에게는 항상 돈이 부족했고 돈 걱정을 하지 않는 내가 한심한 족속으로 보일 수도 있는지 돈 문제로 심심찮게 내게 얼굴을 붉히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돈에 헤픈 사람은 결코 아니다.

돈으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 물질에 대한 욕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며 산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검약함에 감탄할 정도다.

남편도 내 검약함 덕분에 편안하게 살았다고 고마워할 때도 있고, 딸은 엄마의 검약함 덕분에 자기가 외국에 유학을 갈 수 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남편은 내게 화가 나는가 보다.

도무지 돈을 셈할 줄 모르는 나 때문에...

그래도 난 돈을 셈하는 것이 싫다.

어쩌면 돈을 셈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풍족한 삶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난 시부모 생신도 , 시댁의 제사도 모른 척하며 산다.

그래도 시집 식구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시집 식구들이 무던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시댁에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아끼지 않고 시집 식구들을 위해 쓴 것을 알기 때문이 더 크다.

내가 얼마나 검약한 사람인지를 아는 그들은 그래서 내게 더욱 고마워한다.

충분히 버릇없이 들릴 수 있는 말도 시부모님은 이쁘게 들어주고 시동생 시누이도 한 없이 내게 우호적이다.

돈이 내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보다 난 그 돈을 포기함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고 누릴 수 있음을 알았다.

동서 중의 하나가 시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하기에 칭찬을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모두, 형님이 먼저 본을 보인 때문이지요."

내가 돈을 열심히 셈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동서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그 것은 그저 한 예일 뿐 돈을 포기함으로 얻어지는 무한한 자유를 나는 결코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남편이 아무리 시비를 하고 얼굴을 붉히고 빈정거린다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