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이 떠 날 채비를 하려는지....
이맘때 쯤 난 아주 어린 시절 나를 보곤 한다 ....
"얘야 일기 써야지, 다 쓰고 나서 우리 바람맞이 갈까?"
그러면 난 좋아라 책상으로 대신 쓰던 재봉틀 의자 에 앉아서
창 너머 골목길에 노을을 보며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뭘쓸까?
아버지가 내 머리 감겨 준거?
엄마가 동생 엉덩이 때린 거?
난 웃음이 나오고 그러다
아차!!
바람맞이 생각에 얼른 대충 쓰기 시작한다
내 아버지는 옆에서 신문을 읽으시고...
초등학교 ..그땐 국민학교 3학년...
참 빨리도 지났다 어느새 삼십여년을 훌쩍넘긴... ..
내 아버지는 내게 일기 쓰기를 길들이기 시작 하셨다....
"남의 일기는 함부로 보는 게 아니지만
당분간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해 주겠니?"
"일기는 꼭 써야해."
"일기는 네 맘이고 네 얼굴이고 어른이 될 너를 볼 수 있는 거야"
난 얼마나 그 잔소리가 지겹던지 ....
하지만 이제 내가 중년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일기를 소중하게 가르치시던 내 아버지가 더욱 그립다
아름다운 영화음악 테입을 사다주시고 밤이면 잠 잘 때 들으라시며 ..
언제나 TV는 AFKN을 켜놓고 보라고 하며 미래 언어 영역을 가르치시고...
아름다운 영화가 나오면
한여름 밤 나의 손을 잡으시고 영화관을 향해 천천히 걸으시며
"여자는 마음에서 향기가 나야하고
눈엔 고운 빛이 느껴져야 하는 거란다"
여고시절 한여름 어느 날엔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발을 담그고
김 찬 삼 의 세계일주라는 책을 같이 보고 있다가
문득 하시는 말씀.....
"글 쓰는거 좋아하면 쓸쓸하다는데.....
너 꼭 그런거 할거 같다 어쩌니?"
난 그때 무슨 뜻 인 지를 몰랐고 빙그레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 나 그거 하는 거 싫어?"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감성적인 아버지에 비해 여 걸 이셨던 기억뿐이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기고
이제는 내 아버지가 그리운 나이가 됬다..
난 꿈을 모르고 살았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한 탓에 늘 아프며 자라서
살아있는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하셨다
하지만 내 아버지의 사랑이 지금의 나 로 만들어 주고...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글 을 쓸수 있는 감성을 자극하고 할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
그리고 꿈이 뭐라는 걸 각인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스폰지 에 물 스며들 듯이
자연스럽게 자식의 개성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을 갈 수 있게 손잡아 준 내 아버지....
지금에서야 내 꿈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 이것이 엿 구나 라는 걸 느낀다 ....
그것도 이 나이에 말이다
그러나 이미 내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
난 못내 그리움을 안고 산다....
비 냄새가 좋은날 ....
햇살이 너무 고운 날....
바람 내음 에 향기가 묻어 있는 날..
이런 날 엔 유년시절 내 꿈을 만져주신
아버지의 그리움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내 꿈과 내 미래를 보신
내 사랑하는 아버지가 주신 소중한 내꿈을......
이천사년 어느 봄날 당신을 그리워 하는 딸 강희가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