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92

아~~ 터질것 같아요


BY 동해바다 2004-04-06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의 시새움에도 아랑곳아니하고
     벚꽃들은 열심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터지기 직전의 오동통한 몽우리는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라는
     노래 가삿말 처럼 그 모냥이 개화한 모습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연일 벚꽃들의 축제는 끊이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리나라 꽃이 아니여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내 눈에 보여지는
     그 아름다움은 거듭 반복되는 일상사에 힘나는 영양제 아닐런지요.
     예년보다 일찍 피어 한차례 봄비로 목욕을 하고난 다음 모두 져버린 이곳 시내의 
     벚꽃들은 이제 연초록 잎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다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을, 마음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작은도시 한가운데 일명 코끼리산이라 불리우는 봉황산이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며칠간 강한바람에 시내와 마찬가지로 모두 꽃이 졌으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주말 오후 나른한 시간을 떼우려 산엘 올랐지요.

     섣부른 생각이었을까요...
     경사진 입구에서부터 벚꽃들은 만개하여 시민들로 운집하고 있었습니다.
     연휴를 끼고 바닷바람을 쐬러 온 타지 사람들 역시 한몫을 하며 꽃놀이에 여념이 
     없었으니 정녕 봄꽃은 행복의 전령사라 하지 않을수 없네요.
     모든 사람들의 입가에 지어지는 저 미소 ...
     어디 어두운 모습을 볼수 있을까요...
     한시름 하던 사람들도 훌훌 털고 꽃구경 잠시만 하더라도 마음은 맑아질텐데...

     내려오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또 한번의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귀 위로 꽂은 벚꽃잎....
     소녀시절로 돌아가 꽃잎 몇장을 꺾어 머리카락 사이에 꽂은
     할머니의 동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세월의 흔적들이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꽃을 보고 느끼는 그 마음은 
     모두가 한마음인가 봅니다.
     꽃을 꽂고 있는 순간만은 아마 설레는 처녀 가슴처럼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을겁니다..

     산에 오르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작은 도시...
     아무리 큰 대도시라 할지라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작은 모형으로만 
     보입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랑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들도 간간히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
     손가락이 지휘봉이 되어 남편과 함께 내집도 찾아보고 궁금했던 도로나 지형을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빨간 벽돌집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우리차까지 눈에 보입니다.
     이미 떨어져 여린 잎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벚꽃도로도 눈에 뜨이구요.
     점점 더 뒷산을 깎아먹고 들어가는 시멘트공장이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너른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고 있지만 또 없어서는 안될 공업원료이며
     우리지방의 경제권을 손아귀에 넣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벚꽃구경 왔다 우리고장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시간도 만들고...
     사랑하고픈 고장의 모습으로 새삼 다가왔구요..
     산을 중심으로 시내 반대편쪽으로 보였던 짙푸른 바다의 모습에 또한번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늘 연발하는 나의 감탄사는 언제쯤 막을 내리려는지..ㅎㅎ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벚꽃들은 바람에 이미 하얀 옷을 벗어던지고 난 후였습니다.
     이렇게 같은 산에서도 한쪽은 만개하여 터널을 이루고..
     한쪽은 일찌감치 선뵈이고 또 다른 채비를 하고 있으니 우리들의 삶도 자연의 
     이치처럼 피고지는 꽃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삶에 비유되는 것을 보면 이 세상 삼라만상 어느하나 다를것 없는것 같습니다.
     
     순  리 ....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
     그냥 모든것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맘 편할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 삶의 방정식에 순리에 역행하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 봅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다녀오는 새벽예불..
     부처님전에 어머님전에 드리고 온 삼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예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요며칠간 내 마음속의 아주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마음닦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겠지요..
     쏟아지는 하얀 벚꽃을 먹고 더러워진 내 육신과 정신이 맑아지길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손에손에 먹거리들을 들고오는 행락객들의 행복한 모습들이 
     내게 전해오면서 나의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듯 합니다.
     저들 또한 찌들어 구깃해진 마음의 주름살을 펴고 갔음 하는 마음또한 해보구요.

     벚꽃놀이...
     세월흘러 벚꽃들이 방방곡곡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피어날 유채꽃 라일락 아카시아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설레일 봄꽃들이 
     기다려짐은 아직 내게 아까 내려갈때의 할머니처럼 소녀의 감성이 남아있다는 
     것이겠지요. 

     내려가는 길목에 벚꽃 몇가지가 꺾어져 떨어져 있었습니다.
     엎드려 꽃잎 네개가 붙어있는 가지를 주워들고 마음의 봄 한바구니 담아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