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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9

보람이네 집..♤


BY 산,나리 2004-03-29

 

성당 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온 난 막 작은 녀석을 데리러 나선

옆지기의 옆좌석에 냉큼 올라 앉았다.


“모야?........왜?...”

“ 이렇게 잠시라도 콧바람을 쐬려고.....! ”

“........난..또....그~~려...”


간선도로 길가에는 봄볕에 샛노랗게 터진 개나리가 봄바람에 이리 저리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너울거리며 춤추고 있었다.


“...햐~~~~~...좋~다...”


눈 부시게 환한 이봄 한낮 오랜만에 풍요로운 따사로움이 느껴졌다.

‘흠~~...비타민을 듬뿍 섭취 해야쥐...’

창문을 반쯤 열고 다가오는 봄날을 눈으로 느끼려는듯 가재 눈을 하고선

두리번 거렸다.


학원 앞에 도착 했을 무렵 핸드폰이 울려  받았더니 강화에 송희다.

미숙이와 효숙이 강화에 온다고 방금 통화를 했으니 통화해 보고

뭍혀 오라는거다.

전화를 걸어 친구들과 약속을 정하고 옆지기이에게 인근 지하철에 떨궈 달라고

말했다. 버럭 화를 내더니만 언제 바람 한번 안 쐬주니 친구들과 바람 쐬러

다녀 오겠다고 쫑알대니 금새 체념하는 눈빛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섯 번째 역인 송정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과 잽싸게

합류했다. 계획에 없던 봄 햇살에 매혹 된 중년의 여자들은 소풍 가는

아들,딸 모습이 되어 순식간에  김포 들녘을 날라 가고 있었다.


어디쯤 오고 있나 하는 송희의 조바심 난 전화 통화를 몇 번 받는 동안

베스트 드라이버 미숙이는 초지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넓은 잔디가 있고 크고 작은 연못이 세 개나 있는 송희집은 봄 기운이

완연했다. 어린 잉어 떼가 노니는 연못을 들여다 보며 집주인 송희로부터

잉어공부 설명을 잠시 듣고 오랫동안 친구의 살림살이를 등나무 의자에

걸터 앉아 편하게 두리번 거렸다.


미숙이가 가정간호사로 돌봐주고 있는 보람이네에 전화를 걸어 친구들과

차 한잔 달라는 부탁을 하고 곧 바로 그곳으로 출발했다.


보람이...보람엄마...???...

몇차례 얘기는 들었었고 많이 아픈 아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산 언덕배기에 아담하게 지어진 보람이네는 꽤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

산속에 카페 같은 집이었다. 때마침 보람이 아빠는 봄을 맞아 나무에

해충알을 없애는 농약을 뿌리며 봄맞이를 준비를 하고 계시다가

갑자기 방문한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잔디가 깔린 적당한 마당 아래에는 얼마큼의 야채를 충분히 심어 먹을 수 있는

야채밭이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었고 투닥투닥 발소리가 나는 나무가

깔린 테라스는 따듯한 햇볕을 흠뻑 쪼일 수 있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넓은 창이 두개씩이나 있는 거실 한켠에 보람이가 누워 있었다.

선천성 뇌성마비...태어날때부터 아파서 태어 난 피부가 하얀 목련처럼

깨끗한 스물두살 보람이가 그곳에 누워만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어린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보람이는 엄마,아빠의

지극한 배려로 서울에서 살다가 공기 좋은 그곳으로 한 십년전에 이사를

왔단다. 머리가 히끗 히끗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보람엄마는...

대단한 사람 같아 보였다.

이 한 아이를 위해서 동생도 두지 않고 오직 장애아로 태어난 딸아이에게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한다.

부모님 사랑을 흠뻑 받고 살아가는 보람이는 아침이슬처럼 청초 해 보였고

우리들 얘기를 알아 듣는 듯 눈만 껌벅 거렸다.


끓여 주신 페퍼민트 허브향이 그윽하게 우리 주변을 감돌아 거실 창을 통해

멀리 보이는 바다가 봄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꽃이 피면 꽃안에 파 묻힐 것 같은 거실 안은 아지랑이가 스며 들어

넘실대는 듯 구석 구석 별밤처럼 포근함이 감돌았다.


아직 피지 않은 개나리가 언덕을 타고 가로 늘어 선 보람이네 집 앞은 언제나

그곳에서 손님에게 작별의 손을 흔들어 주는 다정한 부부가 서 있기

딱 좋은 그림 같은 곳이었다.


' 보람엄마, 아빠~ 평화를 빌어 드릴께요.. '

우리도 함께 손을 흔들었다.


산길을 따라 들길을 따라 굽이 굽이 돌아 바다에 앉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물결 땜에 어지러운 바닷가에 자리 잡은 멋진 식당에서 꽃게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낙조를 더 멋있게 보고자 이리 저리 왔다 갔다 달리다 그만 구름에 가리워져

놓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려 노래방에서 한껏 낙조의 여운을

간드러지게 식히고 뻥 뚤린 한밤의 도로와 친구의 매끄러운 운전 솜씨로 생각보다

빠르게 집에 도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