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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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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봄


BY 금란 2004-03-29

어머님과 절에 다녀왔다.

조상님들 49재 마직막 날이었다.

중요한 행사를 끝마쳤다는 다소 가벼워진 마음과 더불어,

한층 따사로워진 봄날, 그리고 산들거리는 바람에,

내 마음 속에선 온통 간질간질...봄바람이 불고 있다.

어머님을 버스 정류장에서 배웅해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근처에 있는 예쁜 맥도날드에 잠시 들러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긴엔 너무 예쁜 날씨가 아쉬웠다.

여기 이 맥도날드 건물은  큰 대로에 인접해 있지도 않고..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서,

건물 앞엔 야외카페에서 볼 수 있듯이 하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어

더욱 여유로워 보인다. 건물 자체도 삭막한 타일 벽이나, 페인트 벽이 아니라

하얀 나무재질로 외벽처리 되어 있고, 창가엔 파스텔 톤의 커튼이 달려있다.

마치 카페처럼...

항상 지나가면서,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오늘...마침, 이곳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 따뜻한 봄날에...

이런 날, 산들거리는 봄바람처럼 내 마음 역시 가벼워져~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보고싶은 사람들...1년전, 2년전, 5년전...학창시절...어린시절까지도 거침없이...

타임머신같은 기계가 없이도 그 때로 날아가

그 시절의 그 봄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갑자기...어머님은 어떠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에게 있어 "봄"은 어떤 의미일까?

당신도 "여자"니까, 나처럼...누구나 보편적으로 그렇듯이

봄이라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실까?

아마도 그러실 것이다. 아니, 그건 당연히 그럴 것이다.

소녀 때나 아줌마가 되어서나, 할머니가 되어서나...언제나 여자임은 변함없으니까.

언젠가 일전에...어머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지나가는 말씀처럼..

"봄이 되면, 이상하게 바구니 들고, 쑥캐러 가고싶더라..."

그런 어머님의 말씀엔 다소 먹적은 듯한, 그러면서도 소녀같은 설레임이 배어났었다.

그래..여자의 마음이란 그런 건가 보다.

언제나 내가 보아왔던 평소 때 어머님의 모습은,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얼마 전 맞이한 새 며느리의 또 다른 어머니로서,

그리고 집안일과 일상을 언제나 반듯하게 해 내시는 신실한 분으로서...의

모습 밖엔 없었는데..당신의 마음 속에도...

오랜 세월의 두꺼운 각질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속엔 분명,

18살 수줍은 소녀의 발그레한 볼과 같은

보드라운 감정의 속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두 "여자"가 그렇게 봄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