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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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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지러운 이야기


BY 선물 2004-03-29

한식을 앞두고 성묘를 다녀왔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남편과 단 둘이서 다녀오게 되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나 남편의 기분이 좋을 때는 내게 쇼맨십이 생긴다.

봄햇살은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히 찬란했고
비록 공동묘지이긴 하나 야트막한 산은 감정을 소녀처럼 흩뿌리게 만들었다.

절을 드리고 남편과 둘이 앉아 떡이랑 과일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


나; 둘이 있으니깐 넘 좋다. 자기도 좋지요?

남편;(한심하다는 눈빛,그러나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닌 눈빛...)

나; 어유, 저 사랑스러워서 못 견디겠다는 눈빛 좀 봐. 아니, 내가 그리도 귀여워요? 그만 좀 귀여워해요. 내 나이 마흔이라구요.

남편; 쯧쯧...(안 됐다는 표정...)

나; 마흔에도 요로코롬 귀여운 여자 봤어요? 흠..큰일 났다. 나중에 내가 무지 귀여운 할마씨 되면 며느리 앞에서도 이뻐서 내 볼따구 꼬집고 할긴데..그걸 우예 감당할꼬... 나, 그만 귀엽게 굴까?

남편;꺼억....(먹던 것 다 먹고 일어선다. 아무 것도 못 들은 것처럼...)


오는 길에 남편과 사무실에 들렀다.

남편; 가방 갖고 내려..

나; 무슨 가방??

남편; 아까 집에서 나올 때 가방 가져 오라고 했잖아.

나; 언...제...(기어들어간다.)

남편; 어이그..그 안에 사무실 열쇠 들어있잖아.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데...

나; 내 귀에 안 들렸다...머...

그러나 얼핏 본 남편얼굴엔... 장난기가 그득하다.

남편; 차 키하고 함께 사무실 열쇠 갖고 다닌게 언젠데 아직까지 그것도 모르냐?

고로케 까불거리다가 금방 남편 앞에서 기 죽고 마는 나...
남편은 그게 재밌나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세상 일에 지치고 힘든 남편 조금이라도 웃는다면 나, 얼마든지 그렇게 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