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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할머니 (미용실 이야기 34 )


BY 명자나무 200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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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할머님 두분하고 중년의 따님 한 분이 들어오니 콧구멍 만한 가게가 꽉 들어찬다. 이모 할머님은 언니가 파마 할때 심심할까봐 기쁨조로 같이 오신거고 따님은 돈만 내주고 시장으로 줄행랑 치려고 엉덩이를 의자 끝에다 대롱대롱 매달고 앉아있다.

커피와 녹차를 취향대로 골라 드시라고 권하니 할머님들은 커피를 딸은 녹차로 정한다."할머니 커피 드시면 잠 안 오고 그러지 않아요?" 끄덕 없단다.


잠시 기다리시는 동안에도 이모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은 그치질 않는다.
경상도 마산이 친정인데 친정 아버지가 삼대째 한의원을 했는데 얼마나 용한지 원래 소경말고 살다가 다쳐서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을 고치는것도 봤다고 한다.


침도 잘 놓는건 따논 당상이고 어떤약은 한살 미만의 어린아기 오줌에 담가서 삭혀 먹는 약도 있었는데 요즘에야 어디 그런 처방이 있겠느냐고 물어본다.
아닌게 아니라 그 약이 용하다고 해도 누가 감히 먹을수가 있을까?


시장 간다던 조카 딸은 이모한테 수십 번 넘게 들었을 이야기 일텐데도 넋을 빼고 듣고 있다."이모 측농중 얘기 좀 해봐요 난 진짜 다 나았는데.."


교회 집사님이 전도하러 가자고 하니 측농증 치료 받으러 가야 돼서 시간이 없다고 하길래" 여보 그거 내가 고쳐주면 병원 가져가는 돈 반만 주소"하니 그 집사님 농담인줄알고 "그럼요 꼭 드릴께요" 하셨단다.
그래서 이래저래 처방을 일러주니" 할머니 그걸 내가 어떻게 해요? 해다주시면 않돼요? "말끝에 "그럼 치료비 올라가는거 알지?"했단다.


백반을 그릇에 담아 약한 가스불에 끄느름히 올려놓고 있으면 백반이 녹으면서 검은물질이 나오는데 그건 걷어내고 다시 끓이고 또 걷어내고 하다보면 하얀 덩어리들이 남는데 그걸 빻아서 빨대에 조금 담아서 코속으로 훅 하고 불어넣고 휴지로 코를 막고 있어야 한단다.


증세가 심할수록 누런 콧물이 좔좔 쏟아지기도 하고 말간 물이 흘러내리기도 하는데 며칠간격으로 서너차례 해 주다 보면 측농증이 어디 있었는지 흔적도 없다고 아주 자신있는 태도다.


"그래서 그 교회 집사님 어떻게 됐어요?"하니 허허 웃으며 치료비 반은 준다고 하드만 여럿이 불러서 좋은집 가서 밥 잘 얻어먹고 왔다면서 아주 신기해서 자꾸 또 다른 비책을 내 놓으라고 하는데 아는게 그리 많지 않아서 밑천이 달랑달랑 했다고 한다.


오빠가 둘이나 있는데 그 기술을 배웠으면 서울 장안 돈이 다 내돈일텐데 라고 후회하지만 그때에는 신 기술이 막 들어 올때라서 한의는 인정 받지도 못할줄 알았다면서 집안에 기술의 대가 끊겼음을 아주 아쉬워한다.


할머니는 아버님 심부름 다니다가 어깨 너어로 배운것 서너가지가 전부라는데도 줄줄이 사탕으로 일러주신다.

가게안에 손발을 주물러주는 기계가 있어서 기다리기 지루하신데 이거나 해드릴께요 하니 아픈데 하나도 없어서 안 해줘도 된다고 하신다.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나는 칠십 여덟이고 언니는 팔십하난가?
아니 이제 둘 됐어..

두 자매분이 팔다리 어느 한 군데 쑤시는곳 이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형제는 다 건강하시단다.이제 사십 넘어 쑤시지 않는곳이 한 군데도 없는 내가 듣기엔 참으로 꿈같은 말씀이다.


오늘도 조그만 공간에서 헛둘헛둘 움직여 본다.
팔도 흔들어보고 다리도 쪼그려 앉기도 하면서 나두 나이먹어 저 할머님들 처럼 " 나는 아픈데 한 군데도 없다우" 그러면서 살아야 할텐데.

그나저나 측놀증 얘기를 듣고 나니 콧속이 간질간질 하고 맹맹한것이 측농증은 아니어도 시원하지는 않은것 같다.

그럼 우선 시험적으로 내가 먼저 백반의 처방을 받아볼까나?
끄느름한 가스불 위에 백반을 얹어놓고 그 앞에서 가벼운 책하나 읽어가며 들여다보고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