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저녘.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동생의 울먹임에 난 어떤 불길함에
치를 떨었다.
"언니. 언니. 어떻해.. 정환이가 뇌종양이래.
오빠가 막 울면서 전화했어. 어떻해. 어떻해".
아무 소리도 들리지도,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빠의 무녀독남. 하나뿐인 아들.
지난해 가게를 그만두고 아직도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해서 가슴 아팠던
오빠인데. 그 아들이 뇌종양. 암이라니.
미칠것 같았다. 나 그병이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데.
올케와 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어려운 말들만 잔뜩 늘어놓은 설명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작은일에 유난히 예민하고 짜증을 잘냈는데. 그것도 하나의 증상이란다.
그것도 모르고 야단치고 애가 유난하다고.. 뭐 이런 고모가 다 있는지.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오늘 아산병원에 입원을 했다.
담당 선생님은 80%의 완치를 장담하셨다는데... 믿고 싶다.
간절히 믿고 싶다.
친정엄마도 오늘에서야 아시고는 통곡을 하시고. 겉보기에 멍쩡한 조카를
보고는 믿으려 하지도 않으신다.
열두살 어린아이가 견뎌내기에는 너무 힘든 앞으로의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가
두렵고 무섭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빌어보고,
냉담자인 주제에 천주님께도 빌어보고,
누군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다 붙잡고 싶다.
그래. 해뜨기전 새벽이 가장 어둡듯이 나중을 위해서 지금의
시련이 있는걸거야. 틀림없이 무서운 암덩어리 치워버리고
예전의 까불거리는 모습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거야.
정환아 . 사랑해. 힘내.
*너무 답답해서 몇자 긁적거렸습니다.
혹시 주위에서 이 병이 완치된 아이가 있으면 희망을 주세요.
다행히 종양이 소뇌의 수월한 위치에 있다고 하네요.
거짓말이라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