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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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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부제:쥐도 새도 모르게......)


BY 淸松 2004-03-10


년 식:1983년식
원산지: 한국
중량 :83킬로그램

높이:184센티미터
상태: 매우 양호
검사결과:1등급
위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검사에 확실한 판정을 받고서
생산라인 으로부터 자신 만만하게 출고를 했건만
딱 5일만에 리콜이 되다니.....
그러니까 지난 여름 (2003년 8월 23일 )아침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서
받아보니 그것도 수신자 부담전화였다
예감이 이상해서 어떤 여자가 우물정자를 눌러보라기에 망설이다가
꾹 눌렀더니 세상에...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절규하는 목소리....
"엄마 나야!!!!! 어떡해....미안해...쪽팔려서 어떡해......"
아....다름아닌  나의 막내아들의 처절한 음성이었다
나도 같이 "아......안돼..돼...돼..."하다가 "그래 괜찮아 ...어떡하니??순리에 따라야지...너하고 인연이 아닌가 보다...딴 생각말고 집에 어서와라..."
그리고 밤 12시에 커다란 수박 한 덩이를 가슴에 안고  초췌한 모습으로
거의 쉬다못해 발효된 냄새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녀석...
이미 전화로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식구들은 아들아이의 귀환을 환호보다는 "아--아--아--"거리며
거의 비명으로 맞이했다
아들아이도 머리카락도 없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 후 이틀동안 두문 불출하며 녀석의 꼴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중에 친정언니의 전화가 와서"야 야라 너 거 아들 옷이랑 신발도착 했드나?
니 울었제??"처음엔 "..응..그렇지 뭐..."하다가 실토를 했다
"언니야 오긴 왔는데... 옷하고 신발에 몸을 담아서 왔더라 우야믄 좋노..."
그렇게 되돌아온 도돌이표 우리아들
사실 아들아이는  건장한 체격으로 공군 지원에 합격! 자원 입대했었다
그것도 굉장한 자부심으로 말이다
이 녀석 군에 간다고 좋아서 휴학계 내고  휴가 나와서 쓸 돈 80만원 알바 해서
저금해 놓고  5개월만에 날짜 나온 것이 한 여름 8월 18일이었다
따라서 군 입대 열흘 전부터 친구 넘들에게 돌아가면서 술 얻어먹으면서
밤낮 눈 코 뜰 사이 없이 싸돌아 다녔다
또한 친구엄마들 까지 돈을 주며 술을 사주라고 해서 이 녀석 술독에 빠져 지냈다
심지어 누나들 친구들에게까지 술과 맛난 것을 대접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엄마의 계모임에서도 축하 금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무지무지한 환대였던가.......이것까지도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군 입대 이틀 전
진주에 있는 공군 사령부로 가기 위해 울산 친정어머니와 언니동생(이모들)에게
인사도 올릴 겸 부대와 가까운 친정으로 내려갔다
물론 여기서도 대대적인 환대를 받으며  거금을 수금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나의 친정은 딸만 여덟이며 그 중에 나는 기호가 3번이다
따라서 이모들이 한 동네에 상주하는 아주 유리한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입대 전야!!!언니와 더불어  4. 5. 6. 7. 8.번 제부 들이
근사한 고깃집으로 단체예약(24명)해서 그야말로 고깃집을 점령하다시피
들이 닥쳤다
한쪽구석에선 조카 넘 들이 더 신이나서 "형아야 공군가면 비행기타나?
제트기도 운전하지??" 서로 기다 아니다 하면서 싸우고 물 컵을 업고 난리다
이쪽에선 7번 제부가(닉네임:김여사)(하도 말이 많아서)가 큰소리로
"야 군 입대 할 때는 술이 덜 깬 상태로 들어가야 하는기라...."
6번 제부 는 "야 야 공군 그기 어데 군대가--걱정 하지마라.."하면서
목에 핏줄을 돋아가며 군대 얘기를 하자 6번 동생왈"아이구 자기는 방위면서
무슨 특공대출신처럼 말하네 ..기가 차서...."
막내녀석 눈만 꿈뻑 거리며 이모부들의 술잔 받아서 홀짝홀짝 마셔댔다
다음 입대 날  그야말로 술이 덜 깬 아들을 데리고 친정어머니와 5.7.번 이모와
함께 부대에 도착하니  공군 사령부의 영내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같이 입대하는 20대 젊은 아들들도 어찌나 늠름하고 씩씩하던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온다
다들 애인들과 아니면 부모형제와 이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데
아들아이의 옆엔 다방 레지 같은 이모둘과 (5.7.번) 억수로 뚱뚱한 할머니와
엄마가 계속 웃고 떠들며 정신이 없다
이건 아들을 군대 보내려고 온 것인지 친정식구들과 나들이 온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이다 .그러자 5,7번 이모들은 한술 더 떠서
"와 아 공군들 정말 멋 지데이...몸도 실하고...우짜믄 모두 저래 잘 생긴노...."
"언니야  면회 올 때  우리도 꼭 데꼬 온네이...."그리고 또 한마디
"참 대한민국 엄마들 애국자 들이제. 그렇게 잘 키운 아들들..한창 이쁠 때
나리에 바치고....대단하데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른 엄마들은 눈물을 흘리는데 난 왜 눈물이 안 나는지...
마지막으로 아들녀석 등 떠밀며 그랬다"야 임마 절대 되돌아오면 안된다..."
그리고 연병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그제서야 가슴이 찡하면서
눈앞에 뿌연 것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소포로 돌아온  옷과 신발을 보며 눈물을 흘리려나 할 새도 없이
닷새 후 리콜이 되어 돌아온 나의 아들....
말인 즉 슨
공군은 신검말고 자체신체검사를 5일간 한다
그리 힘들지도 않은 기본 검사인데 처음 종목들은 다 통과하고
맨 마지막날 1000미터 달리기 할 때였다
근데 이 녀석 덥거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경향이 조금 있었는데
한여름 땡볕에서  하루종일 신체검사 받고 4일 동안 잠을 못 잤으니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눈 알 마져 벌겋게 충혈 되어  하늘이 노란 것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비실비실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빨간 모자의 교관이 "너 이대로 부대로 배치되면 쓰러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집에 가서 몸 추수 려서 다시 와라.어떡할래? 결정은 네가 해라!!!"
이 말을 듣고 겁을 먹고는 "예  귀가 하겠씀다"짧게 대답하고 내무실에 와서 짐을 쌌단다. 그러자 같은 내무반 식구들이 "야 너는 특공대같이 생긴 놈이 왜 가냐???"
"야 왜 너랑 안 놀아줘서 삐져서 가냐???"등등 모두 한마디씩하더란다
이렇게 되돌아온 녀석. 요샌 후회 한다.기냥 버틸 것을 하면서...
그 후 하루빨리군대  가려고 육군에 지원해 놨는데 워낙 대기자가 많아서  ...

기다리다 기다리다 3월 16일날  육군으로 입대한다
그래서 이번에 군 입대 갈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간다나 어쩐다나...
나도 그렇게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군 입대 전엔 절대 술은 금물이라고 널리 알리고 싶다
우리 막내아들처럼 인간 리콜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 녀석 그 후로 술을 마시지 않고 몸 만들기에 열중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아들이 리콜 된 주요 원인은
불량 연료 첨가제(알콜)주입이 아니었나 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