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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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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에서..


BY 도영 2004-02-25

선배가 하는 미술 학원에 파트 타임으로 해달라는 전화가 왔다
마침 친구들과 강구항에 팔팔 살아 꿈툴 대는 영덕 게를 사려고 준비 하는 중이였다.
서둘러 고양이 화장을 하고 박스 스타일의 회색 니트 허리 끈을 질끈 동여 메니
책한권 두께의 군살이 삐져 나온다..


겨울 하늘은 맑아 있었다
겨울 바다는 잔잔하니 고요하다
영덕 가기전에 강구항 입구는 일년 내내 만국기가 펄럭인다
웬지 펄럭이는 깃발들의 알록 달록함이 항상 갈데 마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구항 입구 하늘을 그물처럼 펼쳐져 있는 만국기들은
웬지 이국적이고.
웬지 낮선곳에 처음 발디딘 것 처럼
나를 설렘과 동시에 살짝 흥분케 한다.

높은 언덕위에 도로를 달리니 강구항의 옥색빛 바다가
마른 겨울 갈대 사이사이로 내 시야에 들어 온다.
마른 바람이 훅 ...불어 겨울 갈대의 서걱 대는 소리가
가뜩이나 메마르고 예전에 내가 입은 상처를 할키는 느낌이다.

누가 그랬다
기쁨은 위로 올라가 증발하는 성질이지만.
아픈 기억은 가슴속에 파고들어 분해 되지 않고 남은것이 상처라고...
그래서 그상처가 가끔씩 덧나서 아픈게 상처라고..

그림 같은 카페들이 옥색 바다와 잘 어우러진다
언덕위에 갓 지은듯한 흰색의 레스토랑의 넓은 창가에 비치는 바다는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리고 백사장은 한없이 황량하다.

그 철지난 황량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문득 어느 친구의 한마디 말이 생각났다

"언니.난 그남자 너무 미워서 그 남자 발 모가지에 돌매달아 바다에 빠트려 죽이고싶어!그럼 물에 뜨질않을거아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친구의 독기도 아닌 독기 서린말에 녹차을 입에 문채 친구 가죽 옷에 뿜어 내고말았다..

왜 하필... 사색 도중에 그 맹랑한 친구의 발언이 생각 이 났을까..
하도 하도 미워서 내 뱉은 그친구의 진담반 농담반 대목에
까르르르.웃고 말았다..


말똥 말똥 거리는 눈으로 영덕게가 찜통 채반에 앉아 나를 빤이 올려다본다 .
서너시간전에 마른 갈대의 메마른 서걱거림에 아파한 나는 온데 간데없다.

꿈틀대는 영덕게의 애절한 눈빛을 외면한채 가스불을 당기고
뚜껑을닫았다
김나고 5분찌고 5분은 뜸들이라는 친구말을 되새기며
게맛을 보려는 십분후를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나의 양면성의 혀을 끌끌 찻다..

서너 시간전에 마른 바람과 마른 겨울 갈대의 서걱 거림에도
사색의 잠긴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모습이 너무 대조적이기에...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