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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이(2)


BY 얼그레이 2004-01-19

나이라는 시계는 한치의 어김도 없이 올해에도 나에게 서른둘이라는 내나이를 째깍째깍 알려준다..
아마도 십대 이십대의 나이를 제외하곤 자기나이의 앞자리숫자가 바꿔질때 어느 누가 그숫자에 아무렇지도않고 초연할수있을까마는...아마도 적든 많든 어느세대이든 그 숫자가 바뀔때마다 마음의 고비는 다 겪기 마련이다.. 또 그 나이마다 봉착하는 문제가 새로이 나타날때마다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들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카운셀러는 늘상 사람이 아닌 책이었던것 같다...내 성격상으로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해결의 지름길을 굳이 마다했다..그렇다고 내가 마치 보통 크리스찬들이 힘든 시기가 올때에 자기에게 합당한 성경(사실 나에게 가장 큰힘이 되었던 책이었음)의 구절을 머뭇거림없이 찾는것처럼 거의 모든 장르의 책을 줄줄이 다 꿰고 있거나 섭렵한것도 아니었고, 그저 손이 가는 책의 종류도 나만큼이나 한쪽에 치우쳐져 편협하기 짝이 없다..그리고 내나이에 따라 내게 쥐어지는 책의 장르도 참 다양하게 변화해간것같다...

 

어느덧 서점을 들어서면 요리와 부동산관련서적코너에 먼저 눈을 돌리는 나이가 되었다..주부로서의 내삶을 반영하기도 하거니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는식의 속물적인 근성이 내 관심분야를 많이 달라지게 했다..취업전선에 뛰어들지  못한터라 직접적인 가계경제에 보탬을 줄수 없는 내 스스로의 찔림으로 인한건지... 여유자금이 있어서 투자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기는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속에서 기본적인 경제지식을 쌓을 필요성을 갑자기 깨닫기시작했다..주부의 역할이라는게 딱히 단정지을순 없지만 내 능력안에서 할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해야하기도 했다..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어정쩡한 주부라는 위치에서 내 스스로에게 차라리 당당한 프로주부가 되고자 하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기엔 갈길이 멀기도 하지만....그것두 쉬워 보이지만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을 필요로한다....

 

또 달라진 책에 대한 취향이라면 소설을 외면해버리게 되었다는것..아니 아예 눈길조차 주지않게 되었다...작위적인 인과관계가 분명한 소설이라는 장르에 언제부터인가 신물이 나 버렸다...마약과 같이 깊이 빠져들기도 했던 시리즈로 된 소설에 심취했던 한때를 떠올리면 소설이라는 분야에 대한 지금의 거침없는 내침은 어쩌면 넘 무정하고 배신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딱히 이유를 들면 소설가에 대한 내 편협한 사고가 일조를 한것같다..일상의 자연스런 주절거림으로 짜여진 에세이와는 달리 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가 최대의 목적일수밖에 없는건 소설을 쓰는 작가도 부인할수 없는 부분이기에...내겐 이부분이 다소 껄그러웠는지도 모른다...어떤 문학이든간에 대중이 많이 찾도록 하기위해서 상업성을 염두해 두고 글쓰는 작업을 할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지만...그럴수록 작가의 배는 부를지언정 자신이 정작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은 커녕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작가정신마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수밖에 없다.. 지난시간동안 접한 소설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작가정신마저도 헤이해진 작가들을 적쟎히 봐왔다.. 대중적이고 인지도가 높은 작가일수록 오히려 더욱 그러했다... 그건 마치 자동차로 거칠고 좁은 길을 앞뒤좌우를 살피며 살금살금가다가 갑자기 앞이 탁트인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면 속도를 내고자 엑셀레이트를 사정없이 밟고는 앞뒤가리지 않고 마구 주행하다가 급기야는 추월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보는것과 같다.. 너무 지나치게 밟으면 그 불행의 끝이 어디인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거구...
자신의 작품 그 자체가 밥이 되는 현실을 탓해야 하는가! 그런 현실과 타협할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 작가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가! 그것두 아니면 문학마저도 생존을 위한것이 되어버린다면 적어도 문학작가라면 반드시 추구해야할 삶과 인간에 대한 철학따위는 아무런 존재가치조차도 없다는 내 생각이 너무도 옹졸하기때문일까...

이건 어디까지나 바꿔진 내 책의 취향일뿐이고 그 이유일뿐이다...이런 나와는 완전히 다르게 남편은 에세이엔 눈길조차도 주지않을 뿐더러 소설만 고집하는 형이다...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하지만 시간이 흘러 좀더 성숙한 인격체를 갖추게 되는 나이가 되면 언제 또다시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면죄부를 줄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석불리 장담한다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라는걸 알기에 소설을 영원히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본다...단, 모든법칙엔 항상 예외가 있듯 전체 줄거리와 재미에 연연해하지 않는 문학이라고 칭해도 손색없는 소설책은 어쩔수없이 손이 가는건 부인할수없다...

 

그러나 아직은 에세이가 좋다..그중에서도 두껍고 빳빳한 종이로 겉표지를 입혀 망설이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유도하는 서점에 반듯하게 진열되어있는 작품들보단 남에겐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느낌을 자기만이 느끼는 경험을 토대로 자기만이 가진 문체의 색깔로 써내려간 이 에세이방 님들의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글이 참 좋다... 그리고 정겹다..함께 공유할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지 행복하다...
명함조차도 내밀수 없는 내 보잘것 없는 글이 이렇게 멋진 님들의 글틈속에 끼여있다는것만으로도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몸둘바를 모를때가 많다....
님들이 끼워준게 아니라 내가 능청스럽게 비집고 들어간거라고 말하는게 나을것같다..
덧붙여 작가에게도 명함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기도 하지만...

 

에세이방의 모든님들!
등단하시거나 설령 어깨가 어슥거려지는 꽤 유명세를 타는 작가가 되더라도 지금과 같이 때묻지 않은 고운 맘을 한결같이 갖고가시길 바랍니다...


 

 

새해엔 부디 좋은일만 거득거득하길 기도합니다....

 

 

 

님들의 영원한 팬이 되고픈

얼그레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