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출근하는 길에 우연히 도로옆 산자락을 보니 가슴밑이 시려왔다.
그동안 서툰운전 때문에 앞만보고 달리고 무엇이 바쁜지 산에도 한번 가지 못하고 집하고 직장만 왔다 갔다 했더니 남도의 가을이 이제 겨울 발끝에 채여 산밑까지 와 있었다.
산위의 단풍은 퇴색되어 버리고 그나마 산초입의 단풍들은 아직도 형형색색의 고운 빛을 발하며 출근하는 나의 가슴을 뭉클이게 하였다.
무엇이 가슴아픈게 애닮은 것도 아니고
무엇이 가슴시리게 그리운 것도 아니면서
남도 늦가을의 산자락은 공연히 하늘을 올려다 보게 하고
벼를 추수하고 밑둥만 남은 들판을 바라보게 하며
마음이 텅비어 있는 것처럼 울컥이게 한다.
오늘아침처럼 예전에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들이
이렇게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있었던가?
오늘아침 난 남도의 늦가을정취와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가
더이상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아침 바쁜 출근시간에
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우고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는 것처럼
한참동안 차속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도로옆 산색에 가슴이 아프고 시려서
텅빈 들판처럼 허허로운 가슴에 무릎을 묻고 한참동안 앉아있었다.
사무실로 가고 싶지 않는 핸들대를 간신히 움켜쥐고
다시 정신없이 바쁜 일상으로 돌와온
지금에는 또 언제 그랬냐 싶게
아침의 느낌들을 잊어버리고 계절이 어디에 와 있는지도 망각한채
예전의 나로 되돌아 와 있다.
그런가 보다.
가을의 끝자락과 30대후반을 바라보는 내나이에
그냥 알 수 없는 감성에 젖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시리고 아팠나 보다.
아마 이런 이상한 기분일 때 누군가가 나를 유혹하면 넘아가지 않을까하는 괜한 쓸데없는 상상을 하면서............ 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