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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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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괜찮아요.


BY 손풍금 2003-11-06

여느때의 아침처럼 문밖으로는 차의 경적소리도 부스럭 거리며 일어서는 동네사람의 하루를 여는 소리도 없이 아주 조용한 오늘은 갈곳이 없는 추석연휴다.
큰녀석의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멎으면 어쩌다 개미가 벽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소리도 들리기도 하는듯 하고
나는 먹먹해져 벽을 돌아다보고 천장을 바라다 보는데 딸아이가 제방에서 나와 "엄마,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한다.
"기운없긴.."했지만 사실 어제 장터로 오다가다 톨게이트를 벗어나며 그만 귀성객차량행렬에 엉켜 장사하는 시간보다는 도로에 서서 집으로 흘러들어오는 시간이 더 길어 마치 고향을 찾아드는 사람처럼 되고 말았었다.

고향을 생각하니 정신이 흩어지는게 마음이 홀연히 가벼워져 지난날로 훌훌 날아가 버리고 싶은 마음자리 잡아두며 나만큼 행여 아이들이 기운없어 하지 않을까 하고 두고온 아이들이 떠올라 그것도 사치다 싶었다.
오랜만에 쇼핑하자 하고 걷는 중리동 사거리에 대형마트에 가는길에도 거리는 비어있었고 드문드문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엄마, 다들 고향갔나봐"

"아니다. 마트안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있어, 일이 많아 가지 못한 사람, 고국을 떠나온 이국사람들도. 그들이 낯선나라에서 맞는 명절을 생각해봐라. 얼마나 쓸쓸하겠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모국어를 들고 낯선하늘을 바라보며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사니까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내 손을 꼭 잡은 딸아이는 갑자기 "엄마, 나 뭐 하나 사줘"

"뭐? 말 해봐. 다 사줄께. 일만원 한도내에서..엄마가 뭐든 다 사줄테니까"

"이상한건데.."

"이상한거?.. 그래도 사줄께"

"아기 젖병 사줘"

".....젖병?...................그래"

"정말로?"

"응. 정말로 사줄께, 그런데 우리 영림이도 사줄까?" 내 등뒤에 서 따라오던 아들녀석을 돌아보며 말을 하니

"엄마, 진짜로 사줄려고 해?'한다.

"그럼 우리 영비가 엄마 일하고 늦게 오면 엄마 기다리면서 우유담은 젖병 물고 싶어서 그런거지? 밥먹기 싫을때 우유담아 젖병에 넣고 먹고 싶은거지?
혹시 너 친구들과 의견이 어긋났을때 기분 우울할때 우유담아 먹고 다시 착해지려고 하는거지?
밤새 공부할때 엄마 깨우기 미안해 우유담은 젖병 책상옆에 놓고 앉아 먹으려고 하는거지?"

"...아녀 .."하는데 그 사이 얼굴이 붉어진 딸아이의 체온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그러지?"

"..응.. 히히"

"알았어. 사줄께, 엄마것도 사야지 .히히" 따라오던 아들녀석 수준 안맞는다고 남이 들을까 무섭다고 저만큼 옆으로 걸어가는걸 쫓아가 손 꼭 잡고 걸었다.
지하 식품점에가서 송편을 사고 딸아이에게 젖병을 사주려 매장앞에 섰는데 딸아이가 내손을 잡아 끌어낸다.
"왜?"

"엄마것도 진짜로 살거여?"

"응. 엄마도 어리광부리고 싶어서"

딸아이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나 그냥 그럼 갈래. 가, 엄마"

"왜에? 사자. 우리 젖병 하나씩 사자"

"그냥 해본소리니까 안사줘도 돼"하는데 이번엔 내가 쬐끔 서운하다. 흠~흠~ 이쁜것 같으니라고...
뒤에 서 따라오던 아들녀석이 내 손 잡아 얼른 집으로 가잔다.

이녀석들..왜 그러지? 이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