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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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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세상을 떠난


BY 소심 2003-10-30

 

 
작가 : 소심
 

두대의 차가  열심히 달려간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상가집을 방문하기 위해서 ......

한가하고 조용한 동네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골하면 연상되는 느티나무가 있었고

느티나무옆에는 마을회관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포내리...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앙살맞은 개들의 짖어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멈추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낯선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더이상 짖지 않음은 아마 시골개의 주인 닮은 후덕한 인심이 때문인가 보다.

 

담장 높은 동네의 개들은 발소리의 움직임을 따라 계속 짓고 있을 텐데 말이다.

 

임종한지 몇시간이 되지 않아 병원에서 집으로 모셔온 터라 너무도 썰렁하다. 상주라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흐느끼는 나이드신 시어머니와 너무나 곱디 고운 중년의 아내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병풍하나를 사이에 두고 휜천에 덮인 산자와 죽은자가 서로의 안녕과 이별을 물으면서

슬픈 목소리로 교감을 주고 받고 있다.

두개의 촛불사이에 얹혀진 영정 사진의 잘생긴 남자 얼굴이 너무 아깝게 여겨진다.

이제 겨우 쉰두살....

병풍뒤로 보이는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가족사진의 단란했던  모습들이

기도하는 나의 마음을 때려 준다.

 

폐암이라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열심히 돈벌고 살다고 병이 깊어짐에 따라 공기좋은

고향으로 돌아와 거주하면서 마침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지.

 

딸아이가 회사에서 미국 출장중이였고 아들아이는 군제대후 복학하여  달려 오는

중이라는 집에서 느끼는 사람없음의  한기를 기도 끝까지 느껴야 했다.

아마 이런 현실은 핵가족화가 되어버린  세태를 말해 주고 있음이었다.

 

돌아가신이보다 연세드신분들이  열심히 목청 돋구워 죽은자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 드리고 있다.

 

슬프다.   눈물이 난다.     어저께 골무님의 '사후정리'라는 글이 자꾸 떠오른다.

자신의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했던 그분의 무거운 마음은 어떠함 이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나이드신 두부부가 말리던 수수를 털고 쓸고 하시는 모습이 더더욱 슬픔과 쓸쓸함이

되어 나의 가슴에 자리 잡는다.

슬픔을 삭이고 일을 진행하는 중년의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음을 본다.

 

이것이 또한 우리들이 겪고 넘겨야 할 인생의 한장면 이지 않던가?

요즘 사람들은 자주 말들을 한다.

"너무 죽는사람들이 많다."

"왜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자주 가냐."

 

얼마전 아들의 얘기가 떠오른다.

'엄마 같이 근무하는 애들 중에도 아빠 없는 애들이 너무 많은 것 있지!"

"암으로 돌아가신 이도 있고 사고로 돌아가신 이도 있고 그런애들이 참 많아"

 그야말로 살아감의 아우성과 몸부림이다.

 

 잘살기 위해서 쌓고 쌓아도 죽음앞에서는 어찌 할수 없는 인생의 막차.

 오늘 이세상을 떠난 한 중년가장의 죽음앞에서

 인생의 허무가 가득히 느껴온다.

 마지막......

 참으로 무겁고 쓸쓸하고 슬프디 슬픈 단어이다.

죽음에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가 병풍의 한치 차이를 두고 거리를 재어 보게된 날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