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세월이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이렇게 다시 여기를 올줄은 몰랐다.
2001년은 악몽의 해였으며,
여기 아줌마닷컴에 오지못할 아니, 왠지 오면
부끄러운 여자가 된 기분이라 오기가 어려웠다.
책방을 하며, 작품이랍시고 소설도 쓰고 했던곳이지라...
사이버소설가랍시고 라디오방송에도 나간 후
난 이곳이 내 인생의 새로운 출발지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아줌마에서 에세이 출판시사회도 같이 갔던 남편을
이혼 후 2년만에 오늘 만났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그리도 치가 떨리도록 미워하고 싫어했던 그가
이혼후 혹시나 내가 여기 올까 네티앙 홈피에 올까
매일 같이 들렀다고 한다.
아무것도 미련이 남지 않았을 그가
그리도 내글을 보고 싶어했으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냥 배부른 아줌마들의 넋두리 글이라며 무시했던 그였건만....
아마, 이쯤이면 여기에서도
내 이름 석자가 잊혀졌겠지만,
난 전남편의 작은 관심으로 하여금 여길 다시 찾았다.
많이 달라졌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2년만에 만난 그는
술자리에서 내 손을 잡으며
"나도 내 인생 찾아서 애들 잘 키울테니, 너도 너인생 찾아가"
라는 그 한마디가 참 서운하게 들렸다.
당신은 여자라도 있지....
난 여태 혼자 열심히 산 죄 밖에 없어...라고
할말이 목구멍을 뚫어 헤쳐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 내려야만 했다.
현대자동차 복직하고 새 여자와 애들을 데리고
중국지사로 갈지 모른단다....
나쁜놈....
나랑 살때, 지금 처럼만 하지...
눈물 범벅된 눈으로 그를 째려보는게 전부였다.
넌즈시,
"우리 다시 시작하는건 힘들다고 생각하지?"
라고 물어오는 그가 한편으로 야속했다.
자기 할얘기 다 해놓고, 떠보는것 밖에 더 있냐구...
이젠, 두번 실패하기 싫단다.
그래서 신중히 생각하고 고민을 많이 한단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다.
훗..........그런데 말이다.
애기 못낳고 소박맞은 여자란다.
나이도 자기보다 4살이 많은 39살이란다...
푸하하하하....
터져나올려는 웃음을 혀를 깨물며 참았다.
"영계랑 살다가 노계랑 살려니 어때?
그 여자, 당신보다 4년이나 먼저 환갑잔치 하겠네?"
비꼬는 말투로 던졌지만,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내가 택할수 있는 여자가 이런 조건밖에 더 있냐구...
자기보다 애들을 챙겨줄 여자면 된다구....
어쩜, 잘안될 지도 모른단다.
과연, 자기 배아파 안낳은 자식을 내자식처럼 키워줄까
아니, 애기 낳아 본 경험도 없는 여자가.............
그래, 당신이 좋다며 해야지....
난 혼자 살거야...
난 두번다시 결혼이라는걸 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
5시간 가량,,
그와 밥을 먹고 술을 마시기 위해
우린 2년동안 피터진 싸움과 외로움과 분노와 끈질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왜 글을 안쓰냐고 했을때.
난 느꼈다.
그래 다시 글을 시작하자.
그리고, 한국이든 중국이든 어디에 있어도
내 글을 볼것 같은 그의 위한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자.
소재를 마땅한걸 잡은게 없으니,
나의 얘기를 쓰자...
남들이 비웃고, 욕할지 모르지만,
솔직한 내글을 쓰자.
아마, 그도 이런 내글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지하철을 내려가기 전에
한번 안아보자는 부탁을 거절했다.
가벼워 보이는 여자가 되기 싫었다.
그는 아쉬운듯 악수를 청하며,
계단을 하나 둘 내려갔다.
이젠 언제 만날지 모르는 그였지만,
잘 살기 바라는 마음과
애들 잘 키워줬으면 하는 마음은 너무나 컸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