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녕감이 오밤중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서 들어왔었다.
코피도 흘렀는지 핏자국도 옷에 묻친채. ...
깜짝 놀라는 나를 보고 별일 아니라 했고,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는 계란을 가져오라했다.
한쪽눈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아마 정통으로 눈에 한방 얻어 걸친것 같았다.
아무리 물어도 묵묵부답....
혼자말처럼 '그노무 새끼들..'하는 폼이
싸움 말리다가 옆에서 맞은것 같기도 하고..
다음날 출근 하지말라는 나를 뿌리치고
해적두목마냥 한쪽눈을 안대로 가리고는
자기가 안가면 회사가 무너진다고 착각을 하는지
씩씩한 폼으로 '갔다올꾸마" 문을 꽝 닫고
출근 했었다.
부랴부랴 아컴을 열어 멍든눈을 어떻하면
빨리 없앨수 있냐며 S,O,S 를 쳤더니
어느 착한 님이 쇠고기 살코기를 붙이면
독기가 빨리 빠진다 하여 푸줏간에 달려가
아줌마에게 멍든눈에 붙일거라며 살코기 조금만 달랬더니
멀쩡한 내눈을 쳐다보더니 씩~ 입가에 웃음을 지우며
붙이기 좋게 얇고 작게 잘라 주면서
돈도 받지않고 그냥 가져가라했다.
반근은 조금 못되는것 같았지만 그냥 준다니까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만 왠지 찝찝한 마음으로 나왔다.
에고 맘씨좋은 아지매~
다리에 멍들면 안티푸라민을 바르더라 싶어
오는길에 동네약국에도 들러 달라했더니
눈이라서 바르면 안되고 약을 먹으라했다.
남편 체면 구겨지기전에 어서 나아야 되는데..
급한 마음에 먹는약 오일분을 지었다.
퇴근해온 남편눈에 턱 하니 벌건 쇠고기 한점을 붙이고
약도 먹이고.. 하곤는 쳐다보니 웃음이 자꾸만 나와
할일없이 싱크대앞에서 물을 틀어놓고 행주를 들고 킥킥 웃었다.
며칠이 지나도 멍은 쉽게 빠질 생각도 않고
새까맣던 멍이 벌겋게 변해가고 여전히 부기도 있고,
그 부위가 더 넓어진것 같았다.
계란, 쇠고기 번갈아가며 문지르고, 붙이고 했건만...
녕감왈
" 어이 망구야.문디같은 멍이 와이리 안 빠지노.약국에 함 가봐라"
애먼 나만 닥달이다. 씨,누가 쌈 말리랬나.
밉상녕감탱이!
집에오면 손거울을 내내 쥐고는 눈만 쳐다보는
녕감이 쪼매 불쌍해서 휑하니 나섰다.
이번에는 조금 큰 약국엘 갔다.
대충 얘기하니 약을 주는데 우리집에 있는
녕감 바르는 치질연고를 주는게 아닌가!
똥꼬에도 바르고 눈에도 바르고..,
약사님이 놀리나 싶어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나에게 치질약을 바르면 부기가 잘 빠진다며
눈에 발라도 괜찮다 했다.
그러면서 씩 웃으며 하는말!
(핵심이 되는 말이다)
"아지매요. 우짠다고 아저씨눈을 그랬능교. 좀 살살 하지요."
뭐,뭣이라꼬? 내가 우쨋다꼬?
아니.그러고 보니 정육점아줌마가 돈도 안받고 웃었던것도
내가 녕감을 한대 친걸로 오해 했단 말인가?
아니 내가 맞으면 맞았지.어찌 하늘같은 녕감을
친다 말인고!!!
아이고, 그러고 보니 길가에서 직원들을 만났을때
나와 눈을 피하며 씩 웃으며 멋적은듯이 슬슬 피해가는것도?......
참 내 기가 막혀서..
이건 완전히 남편을 한대 먹인 마누라가 되어버렸다.
일주일이 지나도 눈에 멍도 빠지질 않고
애꾸눈을 하고 다니니 갑갑하다며
안경점에 가자했다. 나는 또 안경점기사가 오해할까봐
아예 엉뚱한데만 쳐다보고 있었고,
녕감은 약간 색깔이 들어있는 안경을
맞추었다.안대를 떼내고 내가 바르는
화운데이션을 눈밑에 바르고 안경을 쓰니 표가 덜 났다.
"망구야! 우떻노. 보기가 좀 낫재"
"훨씬 낫네요.인자 별로 표가 안나네예"
맞장구를 칠려니 웃음이 나오지만 우짜노,
그래도 우리 녕감인데.... 사무실에 선글라스(비슷함)를
끼고가면 온 직원들이 다 쳐다볼텐데, 우새시러버서...
드뎌, 열흘쯤 지나자 화운데이션을 안바르고
안경만 끼고 나가도 괜찮을성 싶었다.
"망구야! 내 오늘 회식있응께 니 혼자 밥 묵거라이"
열흘동안 꼬박꼬박 '땡' 하면 오더니 눈에 멍이 빠지니까
살판 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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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전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그때 무슨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수없어요.
어디까지나 남편의 존심이 걸린 문제니까.ㅎㅎㅎ
누가 요기 글 올렸다고 일러주면 나는 꽥~ 입니다.
모두들 자나깨나 입조심 하입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