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벌써 마흔번째다
출근하는 남편을 붙들고 나는
"자기야 오늘이 내 생일이야" 두세번을 반복하지만 아무 말 없이 출근한다
그래도 저녁에는 색다른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겠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트 정원에 심어진 노랑 은행잎이 가을을 알려주고 높고 푸른 파란 하늘이 정말로 아름답다 이 모든 자연환경이 나를 축복하는 것 같다
마치 풍선을 달아 놓은 것처럼 하루를 보낸다
저녁 7시가 다 되었는데도 남편은 외식 준비하라는 연락이 없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축쳐진 어깨와 발걸음으로 주방을 향한다
쌀을 담그고 생선을 튀기고.... 남편은 연락도 없고 아이들을 생각해서 저녁준비를 한다
왜 그리 서러운지
눈물이 고인다
인생 헛 살은 것은 아닌지
결혼해서 정말 열심히 살은 것 같은데 오직 가정이라는 울타리속에서 그러다 보니 친구도 별로 없고 그렇다할 모임하나 없고
생일이라고 어느누구하나 저녁사준다는 사람도 없고 넋두리에 서글퍼지기까지
전화벨이 울린다 8시가 가까워서
남편이었다
저녁먹었냐고. 나는 퉁명스럽게 아직 안 먹었다고 했다
남편은 10시에 회의하고 12에 들어온다고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러라고 일 다보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했다
화가 너무 났다
내가 진주 반지를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밍크코트를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하고 저녁한끼 먹자는데 그것도 못해주나
생각하니 너무너무 화가났다
감정을 삮히고 아이들하고 저녁먹고 마음이 상할때로 상해서 폭발하기 직전에 남편이
전화했다
조금 일찍 들어오겠다고
나는 밤11에 들어와서 뭐 하겠다고 퉁명스럽게 내뱁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남편은 조그마한 케익, 꽃다발 준비해가지고 들어왔다
남편이 너무 미워서 눈도 마주치기 싫었다
남편은 케익에 불을 붙이고 아이들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지만 내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얄밉고 너무 미웠다
말도 안하고 화난 나를 보더니 남편은 아이들에게 엄마왜이러냐?
하며 동조를 한다 아빠가 놀다 들어온 것 아니다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다는 변명
나는 목소리 톤을 높여서 아이들까지 동조시키지 말아라 자기는 그런 자격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남편은 맥주를 가져오라고 했다 나는 갖다 먹으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있던 남편은 벌떡 일어나서 주방에 있는 나한테 다가온다
나는 상대하기가 싫었다
남편은 화가 나기 시작했나보다
세탁실로 가서 쓰레기통에 꽃다발을 바로 지근지근 발으면서 다 부신다
쓰레기통도 깨져서 여기저기 나뒹둘고 꽃은 떨어져서 엉망진창이되었고 케익을 찾더니
케익도 다 밟아버린다
아주 통쾌하게...
무섭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속이 시원했다
남편은 나한테 "너 또라리 아니냐"
하면서 물건을 던졌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왜?
속으로 '정신병자야' 라고 생각했기에
다행한 것은 이런 행동을 아이들은 보지 않았기에 정말 다행이다
분위기가 썰렁한 것은 느꼈겠지만...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는 우리둘의 침실이 아닌
다른 방에 눕는다
내가 남편을 좀더 이해할 수 없었을까!
후회도 해 보고
마음도 아파해 보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 물을 담기에는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하고 얼마만큼 아파해야 할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편은 차갑고 냉정하다
나 또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떻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