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그랬다.
아침마다 출근도장을 찍듯 삐죽이 고개 들이 밀며
그녀들의 안부가 궁금해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엘 들락 거렸다.
마음이 알싸해지는 글을 읽고는
나도 몰래 매달린 눈물 방울 훔치던 날도 여러 날이었는데 ...
생활속에 미소지을 일 있을 땐 어김없이 소식을 전하듯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 가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일기장을 열어 젖히듯
조금은 당당한 내가 되어 그리 서 있곤 했다.
따스한 시선으로 보아 주고,
아낌없는 격려로 답글 달아주던 그녀들이 있었기에
늘 설레이는 가슴으로 나를 비워 내듯
어설픈 글솜씨임에도 나름대로는 자신감을 갖고
이곳에 머무르기를 즐겨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살다 보면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자신을 드러낸다는 일이 조금씩 조심스러워졌다.
아니 어쩌면 내가 더 이상 솔직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솔직함이 배재된 상태에서 글을 써 내려 간다는 일이
자신 없어 지기도 했다.
내 나름대로는 당당하고 부족함 없는 삶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외치곤 했었는데
어느날 나를 가만히 돌아보니 스스로가 성에 차지 않고,
슬그머니 또 다른 욕심이 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일이 점점 뜸해지게 되었다.
쓰는 일에 게으름을 부리던 동안에도
가끔씩은 이곳에 들러 낮익은 이름의 글들을 보면
그렇게도 반가울수가 없었다.
이번 대전에서의 모임에 대해서도 어깨 너머로 소식은 들었지만,
한동안 얼굴조차 내밀지 못한 나로서는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마음은 늘 이곳에 머물면서도
뭔지 모르게 배회하던 나날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경상도 사투리가 애교스러운 수련 언니의 반가운 목소리
설리 언니의 숨박꼭질이라도 하듯한 경쾌한 목소리에
솔직히 가슴이 마구 띠고 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랬다.
잊고 있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날 기억해 주시니 정말 몸들바를 몰랐다.
언니처럼 시종일관 자상하게
요즘 왜 글 안 올리느냐고 염려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 뵈니
삶에 지친 내 어깨에 날개라도 단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호수가에 드리워진
가을 산의 정취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채
토요일 한 나절을 보고싶은 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그녀들 모두가 내게는 사랑하고 싶은 이들이 된다.
어쩌면 모두가 그리도 곱고 소녀 같으실까?
잠시 동안 아줌마임을 잊고
나이를 잊고
또 다른 자신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사느라 바빠서 돌아 보지 못한 주변이 시야에 들어 오고,
가끔은 그런곳에 자신을 데려다 놓을 줄도 아는 여유로움을
내 안에 불러 들이고 싶어진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가을인 것도 같지만,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황금들녘을 가로지르는 끝도 없는 코스모스길을 걸으며
내 나이가 몇이던가 잊어볼 수 있는 시간들도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시간들은 아닐까 싶다.
사랑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른다.
사랑하고 싶은 그녀들을
곱디 고운 영상으로
나의 가슴에
그렇게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