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나의 어린 시절 동문 거리 길가 집에서 조금만 싸전을 하는 집의
바보 삼촌의 상징이다.
헐렁한 옷차림에 어정쩡한 표정으로 이른 새벽 길거리 채소 시장에
나타나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보따리 장수 아줌마들 틈새에서
바보삼촌이 즐겨먹던
익히지 않은 파를 먹으면서 신고 다니던 삼촌의 신발 검정 고무신
까까머리 검정 고무신의 바보 삼촌의 헐렁한 옷차림과 어정쩡한 행동은
부족하면서도 동네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정다움을 주었던 그리움의 장면
이다.
색동 고무신......
초등학교시절 서울서 전학 온 학급 반 여자애가 입 고온 하얀 원피스와
빨간 구두가 동경이었던 나에게 할아버지 몰래 집에서 기르던 닭이 낳은
계란을 팔아서
할아버지 몰래 엄마가 사준 빨간 구두 보다 더 좋았던 색동 고무신....
엄마를 따라가서 언니 몰래 남동생 둘을 따돌리고 나에게만 내려진
기쁨의 선물은 희망이었고 꿈의 완성이었다.
나이 먹어가면서 어린 시절 추억이 퇴색되어 가는 지금에도 엄마와
함께 고무신을 사던 김천상회며 시장 통로의 어물전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앨범이다.
하얀 코 고무신......
팔순이 넘도록 흐트러짐이 없이 항상 뽀얗게 닦여진 상태로 댓돌 위나
마루 한구석에 가지런히 정갈한 모습으로 놓여있던 할머니의 상징이다.
하얀 고무신의 반짝이는 눈부심은 할머니의 종가 집 맏며느리서의 자존심
이었다. 굽히지 않는 여자로서의 굳은 절개였다.
부지런히 고무신을 닦아두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열심하고 깔끔한 여성으로
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할머니의 하얀 고무신은 나의 가정 교육의 산 증거이기도 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평 없이 살아옴을 지탱할 수 있음은 할머니의 고무신에서
계승한 하얗고 투명한 삶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하얀 남자 고무신,,,,,
그녀 제2의 고향에서 알게된 학교 후배이면서 닥터 부인이 이기도 한 여인..
항상 공부에 몰두하고
봉사 활동에 몰두하려는 그녀는 굉장히 특이한 패션의 소유자이다.
쇼핑물의 싸구려 옷에다가 그녀의 신발은 외출 시에도 항상 고무신차림이다.
그녀의 전공을 강의하러 가는 시각에도...
그런 그녀 집에서 남편의 근무처까지 아침. 점심시간. 퇴근시간 맞추어
남편의 팔짱을 끼고 배웅하고 마중 가고 서로의 애정을 표현하면서 살아간다.
그녀의 고무신에서 남다른 개성을 본다.
남편을 대하는 그녀만의 특이함에서 그들만의 남다른 사랑법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이 때론 평범한 우리들에게 편안함과 특이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특이함이 나의 기억 가장 자리에 추억으로 편집된 그림이기도 하다.
파란 고무신...
나의 소유물이다.
우리 집 베란다 정원에서 항상 나를 반겨주는 나의 11호 승용차이다.
베란다 청소를 하는데 적격이다.
발을 옮길 때 소음이 없어서 좋다.
가볍다.
착용감이 좋고 편해서 좋다.
발에 물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좋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화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하 이 집에는 고무신이 다 있네" 신기해한다.
또한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다.
여러 가지 고무신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서
우리 의 상표 우리 의 것이라 조선 나이키라고 이름지어 보았다.
조선 운동화라고 할까.
우리의 것이라 향수에 젖는다.
검정 고무신의 추억을... 색동 고무신의 희망을....
하얀 코 고무신에서
할머니의 인자한 모습이 그리워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나의 과거들이다.
동네 바보 삼촌의 모습은 나의 아름다운 고향이다,
나와
나를 있게 했던 나의 가족들과.
나와 함께 울고 웃고 지냈던 육신의 고향의 모습이었다.
파란 고무신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다.
하얀 코 고무신은 나의 영원한 영혼의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