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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베송의 <잔다르크>


BY 아하 2000-08-20


잔다르크하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우리는 잔다르크에 대해 어떻게 배워왔는가? 작은 마을의 어린 소녀, 프랑스 조국을 위해 자신의 영혼과 신념을 불살라 프랑스 군사의 사기를 북돋우고 프랑스 왕위를 가져다 준…스스로 신의 사자라 불렀던 그리고 조국 프랑스에게서 버림받고 영국에게 팔려 교회의 이단자로 불리우며 결국 화형당했던, 그 이단자로 처단당했던 500년 이후 로마교황청에서부터 성인으로 다시 추앙되었던….

뤽베송의 잔다르크는 이러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경외의 놀라움을 품어왔던 잔다르크에 대해 보다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잔다르크라는 영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잔다르크가 어떻게 그토록 스스로 신의 사자라고 굳게 믿고 전장에 나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결국 그녀 잔다르크의 마음 깊숙이의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종교적이고 외?凉痔岵?해석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잔다르크 주변의 종교의식, 정치의식을 비웃고 있다.

뤽베송의 잔다르크가 내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러한 예기치 않았던 해석방법이었다. 너무나 신념에 찼던 잔다르크가 결국 재판에 서게 되면서, 전장의 승리의 영광(victory)이 결국은 피의 싸움이었다는... 잔다르크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직면하게 되면서부터 그녀를 혼란속으로 몰아넣었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갈등은 한 형상이 잔다르크와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그녀 저변의 의식세계를 보여준다.

나에게는 전쟁의 대의명분이 있었어요. : 당신이 누구인데 그렇게 옳고 그른 것을 판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당신이 신인가?

나는 신의 사자, 신의 메신자예요. :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조물주께서 스스로 당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없으셨던 말인가? 조물주께서 메신자를 필요로 하는가?

칼이, 하늘로부터 내려진 칼이 신의 징표지 않아요? : 하늘로부터 내려진 칼이 정말 신의 징표였을까? 현상은 단지 현상일뿐. 그건 ‘들판위에 놓여진 칼’일뿐. 그것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 (잔다르크가 누운 풀밭 저 옆에 칼이 놓여질 수 있는 여러가지 그럴듯한 타당성 있을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넌 ‘하늘로부터 내려진’ 칼을 선택한거야. 네가 선택한거지.

신은 왜 이런 전쟁을 멈추게 하지 않죠? 모두들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잖아요. 신은 피를 즐겨요, 즐긴다구요. : 신이 그 들판에 피를 뿌렸던가? 신이 전쟁을 해달라고 했던가? 그리고 넌 신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군사여, 나를 따르라’고 했지 않은가. 너는 너를 위해서 싸웠다. 그리고 너는 죽음에서 기쁨을 느꼈다. 기억나지 않는가?

잔다르크는 자신 앞에서 영국군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강간당했던 사랑하는 언니에 대한 기억, 신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복수심…

잔다르크는 이단이라 하여 신부에게서 고해성사를 거부당하고 이를 테면 자신의 또 다른 자아, 형상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자신의 절망감과 복수심과 이기심과 잔인함을….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싸움을 신의 싸움으로 믿게 한 것을…

잔다르크의 신념과 믿음은 너무나 확고했다. 승리에 대한 확신 그리고 군사들의 믿음을 불러일으킨 것,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믿고 따른 것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정신적이고 영혼적인 해석과 의문제기…우리 스스로도 일상을 살면서,그리고 항상 대의명분에 굶주리면서 꼭 스스로, 그리고 다같이 영혼 앞에서 진실되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신이라는 이름처럼 우리에게 모든 죄책감과 죽음, 지옥에 대한 공포심으로 부터 사함을 주는 대의명분도 없으리라. 하지만 왜 인간이 말하는 신은 그토록 요구하는 것이 많으며 공포스러운가? 그리고 인간이 다른 인간의 옳고 그름을, 죽음과 삶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신에게서 과연 부여받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 세계의 모습은 우리 모두, 하나하나의 마음이 만든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