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이 머리통 만한 배가 한상자 들어 왔길래
우리끼리만 먹기 뭐해서 옆집 할머니께 갖다 드린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보기엔 샥시 괜찮아 보이는데 사람들이
수근 거리더만..."하신다.
"뭐라 그러는데요?" 하니
"소문엔 정신 나간 노인덜이랑 산담시? 동네 망가징게
안 된다믄서 쫒아 버린다 하더만. 안 나가면 길을 막는
다는디 내가 샥시 생각해서 귀뜸하능겨." 하신다.
배 몇 덩이를 건네주고 얻어온 쫒아낸다는 불쾌한 어감은
죙일 아니 며칠을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혔다.
지난봄 이곳 시골로 이사올 때는 단촐한 세 식구였었다.
도시에서 주말이면 찾아와 햇볕을 쬐며 맑은 공기를 마시
러 오던 그네들이 제안을 했다.
아파트 콘크리트 속에 왼종일 혼자 있는 시들어 가는 아픈
노인을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을 헤아려 흔쾌히 승락하여
이사 온 지 세달만에 또 하나의 가족으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세 분을 가족으로 모시게 되었고, 멍멍이도 들어와 우리
가족은 일곱이 되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작은 바람에도 흔들
리며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 가고 있다. 여느 가족보다
조금은 힘들지만 가족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빗장을
열어 뵈 줄까 한다. 우리는 서로 버팀목이 되면서 밖에서
바람을 날려도 의연히 대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