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서,그것도 조그만 이 도시에서 모여 살면서도 서로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만나고 주로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서 지내는 내 여고동창 친구들과의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날 한 친구가 내가 면허증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핑계아닌 핑계를 대면서 친구들에게 밥이라도 사야되지 않냐고 말하길래 나 역시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과의 만남인데 그까짓것 밥 한끼 사는것도 못 사겠느냐며 우리 네명의 여고동창 친구들끼리 만남을 가졌었다.
운전을 먼저 시작한 다른 친구의 자동차안에서 우리 네명의 여고동창 친구들은 그동안 못 만나서 아쉬웠던 마음과 만나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면서 교외의 작은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주고 받다가 우리 주부들이 빼놓지 않는 남편얘기가 나왔다.
밥을 사라고 말했던 그 친구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남편이 그전엔 아내의 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고,무척 보수적인 남편으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요즘 조금씩 바뀌어서 아내의 일을 슬슬 도와주기 시작한다기에 우리는 입을 모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줬다.
그 친구의 남편은 아내가 힘들다고 빨래도 널어주고,아내의 옷까지 다림질해서 건네준다는 것이다.
정말로 많이 발전했다고 우리는 깔깔대면서 맞장구쳤다.모두가 돌아가면서 남편얘기를 하길래 나도 역시 내 남편얘기를 꺼냈다.
그때 마침 남편이 대학교에서 일반인에게 가르쳐주는 스포츠맛사지를 배우러 다녀서 남편이 잠자기전에 스포츠맛사지를 해줘서 잠도 잘 오고,좋다고 말했더니 친구들이 "우와!누구는 좋겠다!""나도 스포츠 맛사지좀 받아 보자!"며 서로 하루만 남편좀 바꾸자는 것이다.
나는 남편을 바꾸자는 말에 너무 우습고 재밌어서 ,"좋다! 우리 남편은 다림질은 전혀 안해주니까 나도 다림질 잘 해주는 남편과 하루만 바꿔 볼까?"하고,맞장구를 쳐서 우리 모두가 깔깔대며 배를 잡고 웃었다.
정말로 남편을 하루만 바꿀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정말 우스운 얘기였다.
지금의 내 남편을 백퍼센트 다 만족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장점을 많이 지닌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기에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같이 살겠노라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을 바꾸자는 말에 왜 그리도 우습고 재미있는지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문득 생각난 그 친구의 남편은 아직도 다림질을 열심히 잘해주는지 전화라도 한번 걸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