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짱아찌...
36살 원숭이띠 , 대한민국안에서 가장 평범한 아줌마중의 한 사람.
26살에 결혼하여 거의 10년동안을
남편 모시기를 하늘같이,
자식 돌보기를 늘 한결되게,
남들은 시자(字) 들어있는 시금치도 먹기 싫다지만 나는 시부모 보기를, 시금치의 시자(字)도 시부모시자(字)로, 금자(字)도 쇠금(金)자(字)로 알고 살았을 정도로 그렇게 여태껏 살아왔다.
하여튼 결혼10년동안 커다란 풍파없이 전업주부로만 살아왔던 내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 기회가 무엇이냐?
바로바로.......,
사장님, 사모님이라는 꿈에도 그리는 아줌마들의 이상향의 호칭을 들을수 있는 바로~~~ 그 기회.
남편은 드디어 결정을 했다.
"야!(남편은 아직도 나를 부를 때 이런 호칭을 쓴다.) 월급쟁이 백날 해봐야 재벌소리 듣겄냐?이제 우리 일을 시작할때야"
이 한마디의 예고편을 던지고 남편은 십수년을 다니던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할 준비에 들어갔다.
평상시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 치고, 자기 환갑상위에 무엇을 놓을까 까지를 생각하는 남편인지라, 나는 속으로는 걱정이 조금은 되었지만 남편을 굳게 믿는 터라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남편이 하고픈 일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사모님에 대한 야무진 환상을 품고서!
하지만 그 여파가 나에게까지 날라올 줄이야 !
나의 환상이 깨졌다.
남편은 날 데리고 서점으로 직행,
00000자격증 시험에 대비하는, 영어사전처럼 두꺼운 기본서6권을 보여주면서 하는 말:
"요즘 이 자격증만 있으면 땡이야. 야!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니니까 네가 대신하면 안 될까?
넌 머리가 좋으니까 ..으으응? "
내가 책의 두께에 기가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려니 또 한소리가 들려왔다.
"왜? 못하겠어? 못하겠음 말고... 그럼그럼 이건 아무나 못하지. 누구는 3번 떨어지고 포기했다지 아마.....너도 미리포기 해라. 내가 다른길을 찾아봐야지 뭐...."
얼씨구? 병 주고 약 준다. 누구 약 올리나? 이 인간이 정말......
나는 그 잠깐 사이에 진짜로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내 자존심은 둘째치고 남편과 나 그리고 어린 아들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실직한 남편, 그런 남편을 힘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나,
그런 부모의 모습에 불안에 떨고 있는 6살짜리 어린 아들.
그래,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야. 이제까지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으로 편하게 먹고 살았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책임진다.
"알았어. 그 책 당장 사가지고 가자. "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바로 위층에 있는 고시학원에 학원비를 갖다 바치고
그날부터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주부수험생이 되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