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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무릉도원일세(설악의 공룡능선)


BY 물안개 2003-09-26

2003년 9월24-25일 (1박2일) 맑음

한계령- 귀떼기봉 대청봉 갈림길-끝청-중청대피소-소청봉-
희운각대피소-무너미고개-신선대-1275봉-나한봉-마등령-
금강굴-비선대-설악동매표소

첫째날(9월24일 수요일)

먼저 사랑하는 남편한테 고마움을 전하고싶어요
정맥타느라 정신없는 남편 이번에도 가이드와 짐꾼으로 저는 들수도 없는 무게를 등에지고 마누라 공룡타게하겠다고
육순을 바라보는나이에........
이번에는 늘 함께하는 산우 꽃사슴과나뭇꾼부부가 우리부부와 함께
했어요.

얼마나 기다리던 공룡능선인가?
10년 넘게 산행을 했어도 처음찾은 공룡은 기대를 저 버리지않았어요
작년에 지리산종주를 하고 이번에는 공룡을 기필고 넘을것이라
마음다지며 무릅과 관절이 안좋은 저로서는 공룡은 무리였지만
그래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라 생각하고.나이 한살이라 덜 먹었을때
50을 넘긴 나이에 도전장을 던졌지요.
꼭 날잡아노면 어쩐다고 일주일에 두번씩 산행하던것을 추석이라
일이있어 보름이상 산행을 쉰 뒤라
은근히 걱정도되고 한달전 인터넷으로 중청대피소를 예약하고
계속되는 비때문에 날씨만 좋기를 바랬어요.

드디어 산행하는날
새벽6시 서울을 출발 88도로를 달려 미사리쯤가니 동쪽하늘이 붉게물들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
얼마만에 보는 일출인가? 유난히도 잦은비때문에 가을로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홍천을 지나 강물이 흐르는 언덕에서 청국장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설악동소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시내버스(750원)를 타고
해맞이공원에 하차, 인제 원통 가는 시외버스(6400원)를 타고
한계령에 도착 산행을 시작했어요.(11시40분)
매표소를 통과하여 얼마 오르지 않아서부터 시작되는 곱게물든 단풍,
아직 이를거라 기대도 안했었는데 오를수록 오색단풍은
터널을 이루고. 귀떼기청삼거리를 지나 서북능선오름길은 안개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질않고, 끝청에 도착하니 조망이 탁트이며,
빠르게 흘러가는 운무사이로 붉게물든 단풍나무는 절정을 이루고,
안개구름과 단풍과 교감하며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안개에 쌓여
대청봉은 보이질 않았어요.

우리는 대피소에 입실신고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 취사장에서
저녁밥을지어 준비해간 고추장삼겹살과 복분자로 무사히 완주를
기원하며 건배를 들었어요.
옥에 티라면 아직도 취사장에서 퐁퐁으로 설거지하는사람과 치약을 써서 양치질하는사람 물이없어 취사만 가능한물을 나중에오는사람은 배려안하고 마구쓰는사람들 모두 나만아는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일찍 자리에 누워 있으려니 시끄럽고 더워 안에 있을수가 없어
밖에나오니 칠흙같은 안개속에 자켓을 입었는데도 추워서 오래 있을수가 없더군요.
부산에서 왔다는 모 산악회사람들 얼마나 떠들고 시끄럽게 하는지
이렇게 공동생활할때는 서로가 조심하여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텐데 아직도 많은 세월이 흘러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관광온 사람들처럼 그러니......

9시에 소등을 하고 잠을 청할려니 여기저기서 코고는소리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어 방을 나와 대피소직원에게 요즘 날씨를 물어보니
계속 이곳은 안개속에 있다는군요.

밤12시가 넘으면서 안개비와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어 음산한기운마져
들고 과연 내일 공룡을 볼수있을까하는 염려를 하며 잠을 청했어요.

둘째날

밤새 잠을 설처 그런지 머리도아프고 컨디션이 말이 아니였지만
새벽5시에 기상 밥을해서 도시락도싸고 준비하여 7시에 대피소를
나오니 안개비가 내리고 여전히 시계는 제로였어요.
소청을 지나 희운각으로 하산하며 지나오는 등로에 누군가가 기원하며 쌓아놓은 돌탑위에 돌 얹으며 제발 안개를 거두워가소서
간절히 기도하며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나뭇꾼이 어제 쥐 난 다리가
영 안좋다고 하네요.
은근히 걱정되데요 저도 자고나니 고관절이 안좋았거든요.
내색도 못한체 어떻게온 공룡인데 진통제 한알씩 먹고 희운각가서
천불동이냐 공룡이냐 결정하기로하고 살살 달래며 이슬먹은 바위길을 내려오면서 살며서 안개가거치며 나타나는 설악의 비경에
탄성을 질러대며, 함께잤던 다른팀들은 안개끼면 볼것없다고 천불동으로 내려간다고 바쁜걸음 재촉하고......

희운각에 도착 잠시쉬며 하늘을 처다보니 햇님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미는군요.
상태가 안좋으니 천천히 가기로하고 무너미고개를 지나 공룡능선으로
접어들었어요.
얼마쯤 갔을까? 능선에 올라서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거치며 설악의 속살을 내보이며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이 산허리와 암봉사이를
넘나들며 멋진 장관을 연출하였지요.

초록의구상나무와 빨간단풍나무의 절묘한 조화 설악의 나무들은
모두 저마다 고운자태를 간직하고.....
신선대에 올라서니 천상이 이렇지않을까?
제눈을 의심하였지요. 그래 아마 천국이 이럴거야
파란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꿈틀대는 공룡능선사이를 휘감아 도는
운무의나래짓, 용아가 용트림하듯 내뿜는 하얀구름, 어디서 밀려오는지 순식간에 용아를 감쌌다 사라지기를 여러번 공룡능선을 밟으면서도 눈앞에 펼처지는 비경에 넋을 잃고
아 그래서 힘들어도 공룡을 찾는가봐요.
이런 아름다운 비경을 카메라에 담을수 없다니 하필이면
신선대에서 빳대리가 나갈께 뭐예요.
눈으로 확실하게 도장 찍을수밖에......

한봉우리 넘을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릴 반길까?
기대하며 올라서면 또한번 와 하는 감탄사로 힘들었던 산행에 피로가 순식간에 봄눈녹듯 사라지고, 왔던길 돌아보면 절경에 발길을 붙잡고, 공룡을 사이에두고 좌측 용아쪽은 파란하늘, 우측 화채능선쪽은 안개구름속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오른쪽 구름들이 공룡을 넘을려고 애를쓰나 용아쪽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1275봉까지
가는 등로에서 펼처지는 공룡의 파노라마는 우리들을 황홀경으로
몰아넣고......
이대로 돌이 되어 이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답니다.
남편은 공룡에서 이렇게 멋진 장관을 보기는 그리 흔하지 않다고
복받은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아마 하산하며 돌탑에 간절히 기도하였더니 가는길마다
구름에 가렸던 설악의
모든자태를 속속들이 보여주나봐요.

기묘한 암봉과 공룡에 매료되어 나한봉에 다달을 즈음 구름속에
숨어있던 대청봉이 그 모습을 들어내며 눈이 시릴정도로 파란하늘은 설악의한가운데 공룡능선에 서있는 우리들을 행복에 도가니로 몰아넣었지요.
나한봉을 지나 허기진 배를 채우고 마등령을 향하여 발길을재촉 마등령에 도착하니 공룡유람하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하여 소공원까지
하산하는데 우리와함께하면 너무 늦어 공무원들이 퇴근한다고
맡겨놓은 차열쇠를 찾는다고 먼저 내려가고 우리들은 걸었던 공룡을 바라보며 구름속에 숨어있던 화채능선도 모습을 들어내고 설악의
모든부분을 하루에 다 보는듯 했지요.
이제 슬슬 무릅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아직 갈길은 먼데 은근히
걱정이 되어 부지런히 금강굴을 향하여 가는데 앞서가던 꽃사슴
뱀을 보며 소리지르고 그것도 두번씩이나
앞에 많은 사람이 지나갔건만 등로에 있는 독이오른 살모사
지팡이로 쫓아 버리고
작년에 마등령에 왔을때는 단풍이 곱더니만 아직 이곳은 좀 이른것같아요.
세존봉을 지나 금강굴내리막은 돌길, 아픈무릅 감싸안고 바위와
씨름하며 천천히 내려오니 비선대, 수정같이 맑은물이 힘차게 흐르고
매점에서 맥주한캔 꽃사슴과 나눠마시니 갈증이 해소되어,
이곳부터 소공원 매표소까지 가는길은 언제 무릅이 아팠냐며 힘차게
걸었어요. 아마 알콜기운때문이 아니였나......

저만치 마중나온 남편 그냥 쉬고 계시지 또 올라오더군요
마등령에서 소공원주차장까지 1시간50분 걸렸다는 남편 아마 마라톤을 한 모양이예요.
우리는 3시간이나 걸렸는데,

힘들었지만 완주를 서로 격려하며 척산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졸리지만 운전하는 남편 졸음운전 할까봐
계속 이야기하며 서울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었더군요.
오늘 함께한 꽃사슴부부 우리부부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 이쁘게
가꿔나갑시다.
다음주도 설악이네요

지금도 어제의 공룡능선이 눈에 아른가려요
꿈인지 생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