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오늘에야 이 곳 몇 분 님들의 글을 좀 읽어 보았습니다.
하루 중 조금이라도 기회가 왔다 하면 저는 잠깐이라도 컴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느릿 느릿 자판을 두들깁니다.
글 한 편 올리는 데 보통 2시간 정도는 걸리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그 뒤로는 컴 앞에 앉기가 정말 민망해져서 잘 들어오질 못합니다.
아이들 게임하는 사이 사이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들어오면 제 글에 달린 답글들이 보이지요.
때로는 제대로 읽어볼 틈도 없이 다시 컴 앞을 떠납니다.
한 분 한 분께 감사글을 올리고 싶어도 마음뿐일 때가 많아요.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이처럼 늦은 밤에야 살짝 들어 와서 글 올리기도 하고 아니면 중간 중간에 두 눈 딱 감고 답하기도 하고...
이런 짝사랑이라 그런지 더 애틋하네요.님들과의 만남이...
그런 까닭에 이미 친숙해진 님들의 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글을 읽어 보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오늘 몇 분 님의 글을 읽어 보니 정말 저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사시며 원숙해지신 여러 선배님들이 많으시군요.
실은 제가 잘 가던 유일한 한 카페에서는 거의가 후배라서 저를 언니 언니라고 했답니다.
그 때문인지 이 곳에서도 저보다 어린 님들이 당연히 더 많으실 줄 알았는데...
정말 몰랐네요.그리고 감사하네요.
앞으로는 많이 배울게요.많이 닮아 갈게요.
제가 컴 앞에 자주 못온다는 것을 보고 참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생각하실까 싶어
일전에 올린 적이 있는 글을 아래에 다시 올립니다.
이해 받고 싶은 제 맘을 알아 주시기를...
(오늘은 제 결혼 기념일입니다.한번도 남편은 이런 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설사 아무런 선물이 없다 해도 말이라도 꼭 하고 넘어갔지요.지금이 12시 15분 전입니다.남편은 오늘을 모르고 지나가 버립니다.서운해 하지 않을렵니다.언제부터 결혼 기념일이 있었다구..까짓것 해버릴랍니다.그래도 좀은 맘이 그러네요.)
오래전부터 글을 마음으로 품고 있었음에도 글 한줄 쓰기가 그리 녹록치 않았었던 저에게
어떤 계기였는지 글쓰기를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열정 하나로 겁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글이라는 것을 쓰다 보니 제 일상의 많은 시간이 글쓰기에 주파수를 맞추게 되고
아무래도 그만큼의 관심이 다른 일에서 빼앗길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 대신 조금만 더 부지런하자고 저자신을 다그치며 글쓰는 작업을 해보지만 왠지 글도,다른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아직은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보다는 제 마음을 글에 담아 풀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 터이기에
제 글에 대한 갈등은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이 생기지만 그것은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다만 제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곧장 컴퓨터앞에 앉아서 한호흡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에는
제게 주어진 환경과 시간등의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저로서는 글에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컴퓨터라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계시다는 것이 절 힘들게 합니다.
게임,채팅,자살 등등 어머님께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해 들으신 컴퓨터와 관련된 단어들은 그렇게 건전하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를 통해 하고 있는 저의 글쓰기는 그저 돈도 생기지 않고 밥도 생기지 않는,아니 오히려 전력소비가 많아서 전기세나 낭비하는
그런 소모적인, 하나의 낭비행위일 뿐인 것이 되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저도 어머님께 한 치의 원망스러움을 갖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역사가 있을 것이기에 그것을 제 잣대에 맞춰 왜곡시킬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어머님께는 `돈'이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 될수밖에 없는 인생을 사셨습니다.
버스비를 아끼시려고 무거운 짐 이고 지고 몇 정류장이나 걸어서 다니신 분이십니다.
어머님 표현대로라면 `쥐고 떨고...'해서 모으신 돈으로 5남매를 길러내셨고 또 가르치셨기에
10원 하나도 어설프게 새어 나가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 생각이 바뀌실 수 있도록 잘 설득드려야 하지만 저로서는 아직 선뜻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상 글을 쓸 때, 뒤에 느껴지는 어머님의 속상해하심이 절 붙들어 혼란스런 맘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때로는 제 못난 글이 전기세만큼의 가치만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은 아무 방해없이 온전히 글쓰기에만 열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더 잘 가꾸고 더 깊이있는 글을 쓸 수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쩌면 그 생각이 아직은 글이 무척 어려운 저의 핑계거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글을 쓰는 시간을 쉽게 갖지 못하기에 글쓰기에 대한 귀중한 행복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쉽게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크게 가치있는 것으로 느끼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 시간을 더 사랑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머님은 오히려 제게 글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게 해 주시는 자극이 되는 분이실지도 모릅니다.
힘이 든만큼 저의 글에 대한 열정은 더 커져갈 것이고 어떤 시간도 헛되게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저의 다른 생활에도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쉽지 않게 주어진 시간, 푸념같기도 한 글이지만 이렇게 하소연 한 줄 풀어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