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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기가 이제는 추억으로...?


BY 만월 2003-02-28

이제 중 삼이 된 아들이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자 나는 점심도시락을 사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초등학교때 부터 익숙한 급식이라 새롭게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직장을 가진 나로서는 부담이 되었다.

그 동안 가족과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남편과 출근을 즐겁게 했는데 이젠 전날부터 준비를 꼼꼼히 해야만 했다.

한참 성장기의 아들인지라 이 중학생 시기가 아이의 평생건강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하니 참 긴장도 되었다.

일찍 일어나 압력솥에 새 밥을 하고 좋아하는 육류와 신선한 채소류를 맛있게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요즘 도시락 칸들은 얼마나 많은지...

상당한 양의 반찬을 담고 (아들의 식성은 대단했다)또 다른 작은 통에 과일을 담고 보온병에 결명자 차까지 넣고 준비하면 그때야 부랴부랴 화장하고 일곱시반에 남편과 출근을 하는 생활을 이년을 했다.

작은 정성덕분인지 아들은 중학생 이년동안 무려 이십여센티미터나 자라 키도 180정도 되고 덩치도 참 커지고 건강하다

비록 힘들었지만 보람있었다.
남편은 아들의 도시락을 항상 열어보고 환갑잔치 하나 ?하면서 아들에게 너는 참좋겠네하면서 웃었다.

이제 딸 아이까지 중학생이 되니 둘 다 도시락 싸려면 참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부터는 아들 딸 아이학교 모두 급식을 한단다.

딸은 울상이다.
나도 오빠처럼 해주나 안해주나 보려했는데 하면서..

아들은 이제 엄마의 손맛이 담긴 도시락은 안녕이네 하면서도 그동안 참 수고하셨어요한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내가 직장에서 회식이 있거나 늦게 와도 저희들이 된장찌게도 해먹고 고기도 구워먹고 잘한다.

나는 참 이상하게도 병원가는 돈은 정말 아까운데 (거의 병원 가지 않아 의료보험비는 국가에 헌납한다고 생각한다.)가족들 식사하는데 드는 돈은 너무나 손이 컬 정도로 아끼지 않는다.

아들 녀석친구들은 우리 집 단골 손님들이다.

아마 어린 시절 잘 못 먹었던 기억들이 내가 음식에 이처럼 후해지는 계기가 되었을까?

아무리 바빠도 열심히 만들어 먹고 우리 반 아이들이 자주 놀러오면 또 맛난 것 시켜도 먹고 해먹기도 하고 남편은 그런 내가 참 보기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직장에서 늦게 와서도 부엌에 온갖 재료 다 깔아놓고 참 아이들 식사때문에 많이도 동동거렸는데 그리움이 밀려온다.

딸 아이는 나를 닮아 요리에 관심이 많고 아들도 자주 딸과 서서 요리를 한다.

이제 이 늘어난 아침 시간에 우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도 해본다.

남편과 일찍 출근하면 다른 동료들은 9시 거의 다 되어 오지만 남편과 같이 가고 싶어 일찍 출발하니 항상 나는 남보다 출근이 한시간 이상이 빠르다.

혼자 학교 운동장 서너바퀴를 뛰고 조용히 교실에서 차도 마시면서 못하는 영어테이프를 들으며 신문도 본다.

남보다 약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움은 시작은 좀 힘들지만 습관이 되면 너무나 많은 것을 내게 가져다 준다.

몸을 많이 쓰다보니 어지간한 일은 이까짓것하는 마당쇠마음이 되고 시간이 남으면 한없이 즐길수도 있다.

아하 그래서 어릴때부터 훈련이 필요한거로구나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의 맏딸 이라서 참 일도 많이 했고 기다리기보다는 눈치껏 스스로 했다.

그리고 참 부모님의 주문도 많았고 딸로서 살림밑천으로 일도 한 것같다.

그런데 그것이 다 나를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나보다.

시험때가 되면 쪼그리고 앉아 전을 부치다가도(초등학교때부터 제사 음식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책도보고 공부도 하고 진학도 하고....
직장다니고 아이들 키우면서 힘든 것은 당연하지 시간이 해결해줘하면서 넉넉하게 생각했더니 이제는 모든것이 순조롭다.

주택에서만 십여년을 살다가 넓은 아파트로 이사오니 일할 것도 별로 없다.
전에는 출근전에 마당도 한번 쓸고 퇴근해서 또 쓸고 물청소도 하고 관리가 만만찮았는데 새로 지은 고급아파트로 오니 모든게 싱거울 정도로 할일이 준 것같다.

남들은 오십평이라 직장다니면서 사람을 안 쓰느냐 하지만 과거에 일을 많이한 경험인지 이제 새 집은 별 치울 것도 없어 오히려 일이 줄었다.


아이들도 크고 경제도 넉넉해지니 이제는 나를 위해 또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돌아볼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아이들도 생활속에서 하나씩 배워 일을 겁내지 않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며칠 있으면 새로운 아이들이 나를 기다린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새출발을 해야지?

그리고 내 사랑하는 남매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맡은 이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도록 도와야지하는 아주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갖추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