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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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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호적에 있는 내 아들인데 ---


BY 카이 2003-09-10

몇 달 전 생후 2-3개월 된 푸들을 작은 아주버님이 주셔서 키우고 있다. 그 때는 크기가 내 주먹의 두 배쯤 되는 새끼였다. 그 작은 녀석이 나를 하루종일 발발 거리고 쫒아다녀 가슴 뭉클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를 감거나 설거지를 하면 발등 위에 올라앉아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어서 움직이면 녀석은 화들짝 놀란 듯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앉은 뱅이 책상 앞에 앉으면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잠들은 듯 잠잠히 있는 바람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일어나지 못한 적이 많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적어도 생후 6개월 정도는 되었을 때 어미 개와 떼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일찍 어미 개와 헤어진 강아지. 내 잘못은 아니지만 뒤늦게 미안해졌다. 애처롭게 느껴졌다.

녀석은 어미와 강압적으로 헤어진 뒤 처음 정 붙인 나를 식구들 중에서도 유독 따른다. 천방지축으로 아무 데나 배설을 해놓지만 내 방과 주방만은 화장실로 쓰지 않는다. 제 방에 싸놓은 강아지 똥을 울상지으며 치우는 아이를 놀리듯 말했다. 네가 "뿌~뿌~"라는 이름을 잘 못 붙였다고. "뿌~지직, 뿌~지직" 똥 싸는 소리로 둘리니 아무데나 똥을 싸는 것이 아니냐고.

내가 문밖으로 나가면 다른 식구들이 집에 있는데도 끼깅 거리며 계속 울먹인다고 한다. 길에서 아이와 남편을 따라가다가도 내가 멀리 뒤쳐져 있으면 뒤를 돌아다보고 도로 내게로 뛰어온다.

여기저기 싸놓은 배설물과 하루종일 뭔가 물어 뜯는 습성 때문에 귀찮아서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리고 싶은 매정한 마음을 갖고 있는 내게는 과분한 사랑을 강아지는 받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때로 강아지의 엄마 사랑을 질투하여 뿌뿌가 자기와 엄마 중 누굴 더 좋아하는지 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 결국 수세로 몰린 아이가 갑자기

"그래도 뿌뿌는 내 아들이야!" 분한 듯이 외쳤다.

"뭐, 네 아들이라고?"

"그래, 증거를 보여줄까? 자, 여기 봐. 호적에 주인 서건빵이라고 되어 있잖아!"

헉~~~~, 아이는 동물병원에서 준 애견 건강수첩(예방접종 주사를 맞은 기록)을 보여주면서 으스대었다.

형제 없이 혼자인 아이. 외로울까. 강아지 키우는 걸 허락하고 동생이 생겼다고 했는데 호적(?)까지 내보이며 자기 아들이라고 하니 웃음이 다 나왔다. 그럼 나는 손자가 생긴 셈인가?^^

남편도 강아지를 좋아한다. 10년 넘게 우리와 함께 살 가족이라 한다. 털도 깎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애견센타에서 강아지가 갖고 노는 공도 사다주었다. 

강아지가 생겨서 집안 분위기는 더 좋아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왠지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건빵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