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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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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뒷 모습


BY 동해바다 2002-10-26

장대비처럼 가을비가 내린다

영동지방에 또 많은 비가 예상된다니 내년에 내릴 비까지 몰아서 내리려나 보다.
아직도 컨테이너 박스에서 지내는 수재민들이 많은데 걱정이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따뜻한 아랫목이 엄마품 마냥 좋기만 하다.
수면 부족으로 늘 쫓기는 아이...
오늘도 재촉하듯 깨우고는 그 이부자리 속을 내가 디밀고 들어 간다.

뜨끈뜨끈한게 여간 좋은게 아니다.
'아...좋다'를 연발하다가 아들에게 한방 먹었다.
"엄마...내 앞에서 그럼 안되지..."하는 아들....
약오르다는 듯이 내뱉는다...

10분 거리의 학교를 두고 매일 시간이 임박해서 200여 미터를 학교까지 내리 뛰는 아이...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 학교 길을 뛰어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베란다에서 보고 있을 때였다.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허리가 구부정한 노할머니가 아들에게 무언가를 물어 보는 듯 하다.
급히 뛰어가는 아들의 발걸음이 주춤하더니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같은 템포의 거북이 걸음을 하면서 아들의 마음은 얼마나 급할까.
지각인 것 같은데...

비오는 거리를 할머니는 우산을 쓰지 않고 어딘가를 찾는 모양이다..
괜시리 나까지 마음이 급해 계속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안타까웠다.

갈림길에서 학교가는 반대편을 아들이 손가락질한다.
그러더니 이내 할머니와 그 반대 방향으로 꺾어지고 마는 아이...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보고 집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지각일텐데 하는 마음으로 괜히 내가 조급해진다.

마음 따뜻한 아들을 생각하니 뿌듯해지는 아침이기도 하다...

아들의 수고가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었으리라 기대하면서....
가을비에 바지 적셔가면서 뛰어갈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입시의 대열에 들어서면서...
이제 고 1인 아들의 학교에서는 지방이라는 열세를 물리치려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을 입에 침 튀겨 가면서 극구 반대하는 아들도
이젠 수그러 들어 그 대열에 피곤해 하면서 밤늦도록 공부하고 들어오는 아이.... 새벽 1시 반 쯤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후년이면 판가름이 나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타나리라 예상하면서
오늘 아침 마음이 조급하긴 하지만 ....
아들을 잘 키웠다는 내심 흐뭇한 마음이 자리를 잡는다....

비는 언제까지 내리려는지...
유리창에 물을 퍼붓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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