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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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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이 머무는 곳.


BY 雪里 2003-08-15

스쿠터를 달려서 가게로 나오는 아침.

 

반소매 아래의 팔이 서늘한 바람에 시려서

길가 한켠으로 스쿠터를 세우고,

안장밑에 늘 넣고 다니는 긴팔의 남방을 꺼내서 걸쳐 입으니

포근하니 좋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걸치던 옷을

어느새 찬바람이 싫어서 덧입으며

며칠새 바뀌어가고 있는 계절을 실감한다.

 

공원밑 넓은 주차장의 눈부신 햇살속에 잠자리 한마리가

밤새워 혼자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음직한 까만 승용차위에,

앉을까 말까를 한참이나 망설이고 있다.

 

철사를 동그랗게 말아서 만든 잠자리채에

곧추발 세워서 처마밑의 거미줄을 죄다 걷어 말고 다니며

몇번씩이나 뒤쫓아 다니는 동생을 채근하던 나와,

 

손가락 사이에 낀 잠자리 날개가 행여 빠져서

언니에게 혼날까봐 절절매며 쫙 편 손가락에 자꾸만 힘을 줘대서

저녁때면 손가락이 아프다고 엄마에게 엄살을 떨던 내동생.

 

예쁜 빨간 고추잠자리는 내가 갖고

누런 된장 잠자리만  건네 주면

빨간게 갖고 싶어서 내말을 그리도 잘 들으며 쫓아 다니던 그동생이

세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바다먼 나라에서 햇살  따가운 가을만 되면

고추잠자리 얘길 가끔씩 했었는데....

 

부지런한 매미 몇마리는 어느새 이침을 정리하고

각자 좋아하는 나무에 붙어 앉아서 자기만의 개성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살금살금 다가간 나무 밑을

싸리빗자루 손에 들고 빙빙 돌면서

목이 뻐근해지면 다시 추스려서  또 올려다보며

그렇게도

한마리 잡고 싶어 했던 매미가,

몇년의 산고끝에야 저 소리를 낼 수 있음을 알게된건

한참을 커버린, 

매미잡기에 흥미를 잃은후에야 겨우였으니,

내 기억엔 어릴적 내손으로 잡아본 매미가 없음이 다행이다.

 

구워서 먹을수 있는 메뚜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며칠을 키우며 같이 놀수 있는 애완곤충도 아니었건만

그때의 아이들은 왜 그렇게도 잠자리랑 매미같은

곤충 잡기에 열심이었을까!

 

서늘한 바람이 부는듯 싶으니 내 시선이 또 허공을 헤매기 시작한다.

 

노는날이라고 아침을 서둘러 집을 나오고서는

길에서 서두른 시간 다 보내버리니 내내 문여는 시간은 같다.

 

길건너 앞에 있는 닭집 부부가 샷터를 올리는 나를 보고

아침인사를 한다.

"왜 아줌마가 나왔어???"

"빨간날이라 사모님이 나오셨군요!"

 

"어쩐일로 이렇게 일찍들 일어 났어요?"

 

"오늘이 말복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