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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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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62


BY 녹차향기 2001-03-06

오늘 바깥에 나갔다 오셨지요?
어떠셨어요?
저는 바람속에 숨어있는 봄을 눈치채고 들어왔는걸요.
녀석.... 꼭 치맛자락 뒤에 숨어서 수줍음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어리광부리는 아이처럼, 그렇게 바람속에 숨어있는 봄, 귀엽지 않아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치맛자락 보일라.
그렇게 제 딴에는 숨어있는다고 숨어있지만, 다들 알고 있는걸요.
곧 '어떻게 알았지?'하는 표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리라는 것을.

여러분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훌훌 털어버리고 났더니 속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감사...감사... ^.^
사실은 소방관아저씨들이 불의의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텔레비젼을 보고 엉엉 울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효자소방관 얘기를 신문에서 읽으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혼났어요.

삶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마냥 편안하고 히히덕대며 편안하게만 살고 있겠어요?
제가 늘 다른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어느 집이고 들여다 보면, 고민걱정 없는 집 있는 지 찾아보아라..
이 세상 불행이 꼭 나에게만 닥쳐있고, 내게만 크나큰 시련의 돌덩이가 굴러와 그 밑에 깔려 신음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 마찬가지이다...

호강에 겨워 징징거리며 우는 소리를 했지만, 사실 가끔 그런 모습 또 필요하지요. ^.^;;;
덕분에 제 동생이 글을 읽다말고 언니 땜에 걱정어린 목소리로 전활 했더군요.
미안하다. 혜영아. 괜히 언니가 너한테 걱정만 끼쳤구나.
염려마, 니네 언니, 말랐지만 깡다구 하나는 끝내줬잖아.
지금도 마찬가지니, 염려하지 않아도 돼.

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그리곤 메니큐어를 정성껏 발라보았어요.
나름대로 예뻐지더군요.
별로 고운 손은 아니지만, 정성껏 손질하고 나니 조금은 보기 괜찮더군요. 해서 오랜만에 반지나 한 번 끼어보자고, 악세사리를 넣어 둔 함을 열었지요.
나란히 있어야 할 반지 3개. 결혼기념 예물이었던 루비반지하고, 수년전 시어머님께서 선물해 주신 맑은 기운이 감도는 진주반지하고, 제가 기념으로 산 큐빅이 잔잔히 박힌 반지...
이것들이 몽땅 없어진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없었던 건지, 누가 가져갔는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답니다.
처음엔 당황되었는데, 조금 지나니 황당하더군요. ㅋㅋㅋㅋ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정말 실오라기 같은 증거나 감을 잡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설날 친정 나들이 한다고 그중 하나를 끼었었던 것 같았고, 그다음은 전혀 모르겠던걸요...

악세사리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것이 요긴하게 필요했던 누가 있었나 보죠... 뭐...
잘 먹구, 잘 살아라....누구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궁시렁 거리고 나자, 조금은 속이 시원했지요.
저보다도 더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네요.
(아직두 그런 좀도둑이 있었다니..)

의외로 담담했어요.
관리에 소홀했던 자신에게 약간의 책망을 하곤, 다음에 더 좋은 반지가 생기려나 보다.
시어머님께서 선물해 주신 것이 제일 좋은 거 였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아파트 문 잠그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던가봐요.
형사기질이 있다고 나름대로 주장하는 큰 아이는 우리집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고 논리적인 말을 하더군요. 도둑이 들었다면 집이 헝클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었고, 현금이 약간 늘 있는데, 그것에 손을 대지 않은 점이 그렇다나요.
누가 그랬던지, 없어졌던 사실조차 이제서야 알았을만큼 참 둔하게 살고 있는 것같아 잠시 한심했어요.

루비반지는 남편이랑 결혼전에 같이 보석상에 가서 고른 것이라 애정과 추억이 있는 반지인데.....
올 결혼기념일에 꼭 받고 싶은 물건이 하나 생겼네요.
여보, 알지?

모처럼 종일 집에서 푹 쉬었더니 무척 편하고 좋았어요.
행복이란 참 사소한 데에서 출발하나봐요.
목소리가 무척 기품있게 느껴졌던 erding님, 통화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감사했어요.
같이 녹차 한 잔 할 시간 내 주시는거죠?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가 분주하고, 챙겨줄 일이 많아지신 모든 님들이 지금 부엌에서 설거지 끝내고 아이들 숙제 봐 주고 하는 모습이 훤히 보이네요.
엄마의 사랑으로 커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 많이 읽어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어질고 바르게 자라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거예요.

그럼, 모두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여관에서 사는 여자' 시리즈는 장르에 맞지 않으므로, 당분간 쉬었다가 책으로 만들어 질거예요.
출판의뢰(?)가 들어왔거든요. ㅋㅋㅋ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