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음력으로 7월 칠석날,
일년에 한 번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
바로 내 생일입니다.
생일날 아침 나는 김치찌게를 끓였습니다.
7월31일부터 2박3일 도보성지순례를 다녀 왔으니 일요일날은 완전 녹초가 되었고,
작은딸래미는 하루 더있다가 일요일밤,
아니 월요일 새벽에 도착해서 겨우 일어나 출근을 했으니 두말할 것도 없고,
큰딸래미 한테는 2박3일동안 짐날라다 주고, 반찬해 주는 것이 생일 선물이니 올 생각도 말라고 했고,
무심한 남편과 김치찌개로 아침밥을 먹으며 화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를 굴리는데 친구들한테 축하 전화가 계속 옵니다.
수저 놓고 방으로 들어간 남편은 무슨 전화인지 관심도 없습니다.
허긴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결혼하고 한 10년동안 남편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하고 수첩에 적어놓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번번히 실패, 결국 딸래미들이 크면서 아빠에게 귀띰을 하고, 수근거리고 그래서 작년까지 무사히(?) 생일이 지나갔는데......
또 전화벨이 울리자 "오늘은 무슨 전화가 이리도 많이 오나?" 한마디 합니다.
전화는 꽃배달해야 한다는 주소 확인입니다.
혹시 작은 딸래미?
그제서야
"아자씨! 오늘이 무슨 날이유?"
"무슨 날이라니?"
눈만 껌뻑입니다.
"꽃배달 주소 확인하는 전화유"
"꽃배달?"
그제야 달력 앞으로 가더니
"애고, 애고......"
자신도 더 이상 할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 가는데 웃음밖에 나오는 것이 없습니다.
잠시후 장미다발과 케익이 배달 왔는데 작은딸이 아니고 큰사위가 보낸 것입니다.
괜히 큰딸한테 전화 걸어 큰소리로
"올해는 생일 짐날라주고 반찬해준 것으로 때우라고 했잖아"
"그래서 안갔잖아"
"근데 꽃은 왜 보내?"
"꽃을 누가 보내?........자기야, 엄마한테 꽃배달했어?........
내가 보낸 것 아니야. 엄마 사위가 보냈다네"
"사위가 남편보다 낫네. 니 아빠는 깜깜인데..."
"시상에 아빠 어쩌면 그럴 수가?"
"내가 뭘 바라니?"
시상에 귀띰해주는 딸래미 없다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출근했다가 오후에 교육이 있는 작은 딸래미 아침에는 그냥 나갔어도 설마 전화라도, 그것도 꽝입니다.
이그 4박5일동안 봉사하는라구 정신이 없겠지.
그냥 입 꾹 다물고 참았습니다.
중간에 하루 포기는 했지만 20킬로미터를 넘어 걸었으니 후유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어제밤에 비몽사몽을 헤매는데 열한시가 넘어 들어온 딸래미가
'엄마 생일 파티하자"
케익상자를 들고 들어 왔습니다.
"엄마 눈도 못뜨겠어. 생일은 무슨...."
다른때 같으면 성질을 부렸을텐데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엄마, 미안해 나는 오늘인줄 알았는데, 아까 달력을 보았더니 지났잖아..."
"미안하기는 해마다 돌아 오는 생일인데.."
그렇게 올 생일은 지나갔습니다.
만성이 된 남편은 냉면 한 그릇 사줄 생각도 안합니다.
꽃다발에 케익에 다 받았으니 자기는 해줄게 없다고 생각 하겠지요.
이그그그 자식 없었으면 서러워 어떻게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