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1
여성들의 삶 속에서 시댁은 위력적인 이름이다.
시댁이란 본시 '남편의 집', 시부모가 계시는 집'인데 시댁에 대한 느낌은 요즘같은 세상에도 여전히 어렵고, 까다롭고, 보수적이다.
사랑하는 남편의 집, 사랑하는 인생의 동반자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들이 계신 집인데도 여전히 뭔가 안온한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남편 가족의 구성이 결혼조건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금의 상황을 굳이 들치지 않아도 시댁가족들, 특히 시부모님의 인품, 시형제 자매의 수나 성품, 직업 등을 문제삼는 것은 새로운 뿌리내리기를 해야하는 여성의 삶의 토양에 대한 검증이기 때문이리라.
아들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된 여성은 누구나 또 다시 시댁식구로 전환되는 거부할 수 없는 이 순환의 원리속에서도, 시댁에 새로운 가족으로 합하고자 하는 여성의 위치는 예나 지금이나 심하게 흔들린다.
마치 약육강식의 생태계 속성처럼 서로 긴장하며 제압하고, 먼저 기선을 잡고자 서로 내밀한 투쟁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나의 시댁은 시누이들이 다섯분으로 모두 다 손윗 형님들이다. 거기다 나이 차이가 많아 마치 시어머니 같은 손윗 동서 한 분이 있어 늘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위로한다며 "막내라서 귀염 듬뿍 받아 좋겠네"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좀 달랐다.
시댁 식구들의 입술에서 떨어지는 핀잔과 몰이해의 언어들은 모든 게 새로워 어정쩡하였던 내게 상처를 입히기에 충분하였고, 무서운 표정과 행동, 눈빛은 사람을 그냥 그자리에 얼어붙게 만들곤 하였다.
시댁에 가는 날은 언제나 시댁 문전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서 있는 동안에도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여왔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 "오늘은 또 무슨 트집을 잡힐까? 조심해서 행동해야지..." 결심하지만 꼭 방문이 끝날 때에는 뭔가 한 두어가지 트집을 잡히곤 했다.
시집에서 삶을 꾸리며 겪는 전통적인 시집살이는 아니었지만, 고되고 힘이 드는 정신단련소가 시댁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세월들이 흘러갔다.
형님온다 형님온다 분고개로 형님온다
형님마중 누가갈까 형님동생 내가 가지
형님형님 사촌형님 시집살이 어뗍데까
이애이애 그말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심고 뒷밭에는 고추심어
고추고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맵더라
-(다음에 이어서 올리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