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난 항상 끊고 맺음이 분명해야 직성이 풀린다.
잠을 안잤으면 안잤지 일이 밀려있으면 해치워야 하고...
직장에서는 그런 내성격으로 능력을 인정받지만
나랑 같이 사는 울 신랑은 참 많이도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 내성격을 아는 난 남편을 처음만났을때
이사람이다......... 하고 한눈에 반해 결혼했는데.....
하루종일 내가 복잡하다고 머리싸매고 있는 일을
신랑은 5분도 되지 않아 간단명료하게 구분하고
걱정부터 앞서는 나를 항상 웃게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희망적으로 바꾸어 놓고.........
그런 내성격이 결혼9년 동안 많이도 변했지만
최근에 "딸하나 키운셈치지"
그말 한마디에 난 세상의 사랑을 다 얻은 감동을 받았다.
둘째를 낳고 1년후
몸이 이상하여 동네 개인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결과를 보러 갔는데 원장님이
큰병원으로 가서 자세한 검사와 함께 머리MRI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뇌종양일수도 있다는
엄청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나이 서른 몇살인데....
큰애는 초등학생이라 그래도 좀 나은데
둘째가 2돌도 되지 않아서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약간의 의료상식을 안다고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좀 안다고.........
집에서 사무실에서 혼자 인터넷을 뒤져
병원검사결과와 비슷한질환을 검색하니
이건 분명히 양성 뇌종양이었다.
며칠을 혼자 끙끙앓다가
그래 남편도 "알건 알아야지" 하면서
애기를 하니 검사도 하지 않고
또 걱정부터 한다며 웃으면서 넘긴다.
속으로는 무척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있으면 잠을 못자는
나를 위한 배려의 말인 것을 난 안다.
다음날
대학병원의 내과외래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고 MRI를 예약하고 나오니
출근도 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은 아이스크림을 나에게 내민다.
내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으니
"열이나 식히란다"
추운겨울날
마음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터질지경인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 말았더니......
"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하면서 뭐하러 걱정 싸메냔다.
"그럼 00씨는 내가 뇌종양이어서 수술하고 혹 수술잘못되어
아무도 못 알아보고 누워있는 상태가 되면 어쩔건데"..........
그러자 신랑왈
"그럼 뭐 난 딸이 없으니까 딸하나 키운셈치지 "
날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주고, 사랑으로 키우면 되겠네...
하면서 내이마를 툭치는 것이었다.
"딸하나 키운셈치지" 난 그말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내가 언제 신랑에게 그런 큰사랑을 준적이 있던가?
살아가면서 친구처럼 편하게 살자고 요구만 했지.
맘이나 편하게 해주었지.........
이틀후 병원의 검사결과는
의사의 말에 의하면 "아주 운이 좋단다"
뇌종양으로 진전된 것이 아니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직업상 삶과 죽음이 항상 같이 있어
죽는다는 것에 평소 생각을 많이는 해보았지만........
아직은 내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좀더 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항상 내가 사람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더 많은 나...............
"딸하나 키운셈치지"하는 그말은
가슴속이 절망적이고 내자신에 대해 자신없을 때
"아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참으로
포근하고 따뜻한 말이었다.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나.
이제는 나도 신랑이나 다른 사람에게
다른 형태로 따뜻하고 희망적인 말들을 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