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투덜이다.
요즘은 종일 투덜 거리거나, 궁시렁 거리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라도 하는게 나의 시간 때우기-정말 비 생산적인- 에 도움이 된다
큰딸 지연이는 아주 못 마땅해 한다.
앉아서 걱정만 하면 뭐 하냐고 활동적인 그 애는 야단이다.
어젠 오전에 딸과 영화 '싱글즈'를 보러갔었다.
29살의 평범한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부담없는 소품이었다.
나의 젊은 시절에 비해 요즘은 더 개방적인 성 문화와 여자도 자기일과
성취감을 갖기 위해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의식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난 29살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었나?
그러고보니까 두딸에 배속엔 나의 호프 아들이 자라고 있었다.
30에 윤주를 낳았으니까......
20대의 끝자락인 29살! 아름다운 때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서고, 노력 해야하는 나이!
그때 지금의 나를 대비 하지 못한 나는 ,지금 뼈져리는 후회와 자기
비하로 요즘 투덜 아줌마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정신없이 바쁜 딸아이가 집을 나서며 말했다.
"엄마, 사는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내 생각엔 열심히 살고 애인도 있고 능력도 인정을 받는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딸아! 너가 그러면 엄마는 어떻겠니?...
오늘 시간이 주어졌다고 여러 궁리를 했다. 인사동에서 샤갈전도 하던데
과천 현대 미술관에 볼프강 전시도 있던데, 교외선을 타고 끝가지
가볼까? 아님 찜질방에 가서 피부관리나 해? 아빠가 차를 가져 갔으니
멀리는 갈 수도 없고,
고속버스 타고 언니네 갔다가 막차로 돌아올까?
매일 만나기가 힘들어 하는 친구를 만나? 아냐 읽다가 고우영의 삼국지
를 보느라 내던져놓은 설득의 심리학을 읽어야 겠다.
아님, 낮잠이나 실컷잘까,자로랑.
아휴!, 실속없고 무기력하고 비능률적인 아줌마 한정희는 생각하고
벼르고 따지다가 오후가 되었다.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고 이러저러 하다보면 저녁이오겠지, 어휴~
이 바보탱이 중년 여편네, 정신좀 차려봐!
어쨌든, 날도 덥고 궁시렁 궁시렁 투덜 투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