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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3

착한 건지, 얼빵한 건지...모르는 건지, 알고도 속는 건지...


BY 잠만보 2000-11-02


꾸무리한 하늘은 후두둑 빗방울을 떨구고, 바람은 싸리싸리한

거시, 뼛속 깊이 파고드니, 몸이 으실으실 떨리는 것이, 골이

띵하고, 살가죽이 푹푹 쑤시는 거 같고, 뼈마디가 삐걱삐걱거리

니...

김이 모락모락나는 삼계탕이 오전내내 머리 속에서 보글보글 끓

지 않겄어여?

점심시간에 삼계탕 한그륵 묵어볼라고, 직장에서 나와 으슬렁으

슬렁 거리다가, 건너기 싫어하는 '육교 건너 삼계탕 집으로 가

야 겄다' 싶었져.

육교를 건너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라고, 전화를 걸었는데....

삼계탕집 맞은편에서...

근디...신호가 열댓번을 울리도록 전화를 안받는 거여여.

이론이론...이 집, 장사 안허나?

발걸음이 무거서 한발짝 띄기가 싫은 판국에, 백여 계단의 육교

를 건넜음 어쩔뻔 했어여?

'쿄호호? 저 잘했져? ^^;'

꿩대신 닭이라고 중국집에 가서 얼큰하고 뜨끈한 짬뽕 한그륵!

후룩~ 뜨끈한 국물을 마셨는데도, 후끈 땀이 나질 않는 거여여.

에잇!

담날!

역쉬 하늘은 심통맞은 시엄니마냥 꾸무리하고, 바람이 또 싸리

싸리 불길래, 큰 맘 묵고 점심 묵으러 나왔져.

'천엄는 일이 잇서도 묵고 싶은 거슨 묵어야재'

'암만...울리 쌀람! 몸이 재산 아닌가배?'

빗속을 뚫는 택시가 막 지나가는 거여여.

얼렁 택시를 세웠져.

"아저씨! 조오기 다리에서 우회전하면 삼계탕집이 하나 있다네

여? 걸루 가이시더! "

머리털나고 택시타고 삼계탕 묵으러 가긴 첨이네!

12시 전이라 삼계탕집은 조용했고, 좋은 음식 혼자 묵을라카이

초가을 옷 입곤, 벌벌 떨고 있을 남편이 눈에 밟혀서...

전 남편에게 문자메시질 보냈져.

남편의 직장이랑 집이랑, 제 직장이랑 무지 가깝거등여.

"삼계탕 묵어러 왔징~ 일루 오면 내가 쏘지럴~~~ "

당장 남편에게서 핸폰이 왔더만여. 오겠다고...

꽁짜는 좋아갖고...^^;

혼자 먼저 나온 삼계탕을 다 묵고 나니, 남편이 왔더만여.

"마이 잡수소! 내가 삼계탕을 보이꺼내, 당신 생각이 나서 목구

멍에 넘어가야재. 삼계탕이 하루 보신은 된다 안카나?"

'흠흠...생색도 내고 조쿠먼! ^^;;;;;;;;;'

아무리 영계라도 글치.

간에 기별도 안하게 쪼막만한 영계가 아닌가베?

잉~~~ 울리 쌀람! 양 많은거 좋은디...

닭갈비랑, 오징어회랑, 비빔메밀국시 주는 거는 좋더만,

정작 본론이 부실하니...쩝쩝쩝...

내가 묵어도 간에 기별도 안하는 삼계탕을 덩치로는 강호동과

친구고 묵는 거람 안빠지는 남편에겐 새 모이져. 모...

그런데도 자기껄 내게 더 덜어주네여. 마니 묵어라고...

것두 다 묵고...(하여간...배도 커!!! -.-+)

배를 뚜드림서, 남편이 직장꺼정 태워주는 차를 타고 벙개같이

삼계탕 한그륵으로 점심을 뚝딱했네여.

것두 남편이랑...쿄호호호홍~ *^^*


실은여.

그 삼계탕집까지 가는 택시는 많지만, 길이 외곽이라 승용차들

은 많지만, 택시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걸랑요?

택시비 벌고, 시간벌고, 고생안하고, 생색내고...

알면서도 속고, 모리고도 속고...

착한건지, 얼빵한 건지...

자기 말로는 허허실실 전법이라는데...

내가 내 꾀에 속아넘어간거는 아니겠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