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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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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여자는 어떤여자


BY 선민진 2003-07-18

mbc에서 앞집여자라는 드라마를 시작했다.

결혼생활 10년도 안된 젊은부부들의 사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세명의 서로 다른 주부의 모습을 그렸다.

첫사랑을 만나 이제 막 외도를 시작하는 단계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부인척하면서 몰래 외간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여자, 그리고 아내와 남편의 자리를 바꿔서 사는 여자가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면 결혼생활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착실한 가정주부와 가장들은 드라마 게시판에가서 실랄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나도 한몫 거들고 왔다. 

청국장으로 밥을 꿀맛같이 먹는 남편을 보고 낮에 만난 옛애인과 속으로 비교하면서 한숨과 실망으로 식사도 끝내지 않고 일어나는 아줌마의 모습이 나왔다.

나는 변변한 반찬 없어도 밥을 잘 먹는 남편의 모습이 좋기만 하던데 말이다.

휴일에 대청소 같이 안해주고 딸데리고 나들이가는 남편에게 화내는 아내를 보고 이해가 안되었다.  그 잘난 청소 잠시 미루고 같이 따라나서지 않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옛애인 만나서 가족과 자연을 벗삼아 보내야할 시간을 그 남자와 보내는 이해할 수 없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기가 막힌다.

자기집 주방 유리병에 조약돌이 20개가 채워질때 마다 섹스파트너를 바꾼다는 아주 웃기는 여자가 나왔다.

매사가 뭐든 완벽한척 하는 아주 세련된 아줌마에게 그러다 큰코나 다치라고 욕했다.

수영장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남자수영선생의 몸매를 보면서 죽이니 어쩌니 하면서 침흘리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정말 한심스러웠다.

잘생긴 남자배우를 보면 눈길이 가긴 하지만 한번도 내 남편이 그들과 비교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가족과 나들이를 갔다왔다.  보너스를 타온 달이라서 남편은 통장에 돈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또 열이나서 통장을 보여주면서 버스정류장앞에서 얘기를 했다.

남편의 언짢은 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본다.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좀더 절약하지 못하는 아내를 탓하는 것일까 두가지 다일수도 있다.

늘 우리는 경제적으로 힘들다.  나들이를 가도 항상 돈쓸때 망설인다.

아이들한테는 항상 비싼옷을 못사주고 10,000원아래의 옷을 사주게 된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주고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묵음으로 된 영어 시디와 구구단 외우는 시디를 사줬다.

그렇게 한바퀴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오늘은 얼마의 돈이 지출되었나를 생각해본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생각도 했다.

집안 꾸미기에 원채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아주 지대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온통 아이들 낙서로 도배된 벽과 방바닥 다 틑어진 레자쇼파 낡은 가구와 가전제품들 정돈이 잘 안된 집안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정리를 잘 할 수 있을까   리모델링을 한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집안의 구조도 머리속으로 상상하면서 바꿔보았다.

장난감 집이라면 여기저기 옮길텐데 당장 모형도라도 만들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생각들로 가득차서 차만타면 졸음이 밀려왔는데 말짱하게 집에까지 왔다.

우선 지저분한 장농의 윗부분부터 커튼을 만들어 가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들의 장난감도 최소한의 것만 두고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요없는 물건들은 죄다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잡동사니가 너무 많았다.

사실 난 가구난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 정말 싫다.

하지만 어느새 내 의사와 상관없이 늘어나 버린 각종 살림들때문에 숨이 막힐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잘 할 수 있을까

수납공간도 너무 부족하고 첫째로 바지런하지 못한 내 성격이 가장 문제이다.

아이들은 끝도없이 집안을 뒤엎어 놓는데 나는 따라다니면서 치우기를 거부한다.

정리를 하긴 해도 자꾸만 반복되는 일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린다.

자꾸만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도록 교육시키는 방향으로 나간다.

내가 치워주는 것도 싫지만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바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는 것이 이리 복잡하고 힘든데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컴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나도 깔끔하게 해 놓고 살고싶다.

어제도 시아버지가 우리집에 와서 도와주고 가실일이 있었다.

시부가 아마도 먼지가쌓이고 짐이 많은 배란다 얘기를 시모한테 했던가 보다.

전화가 와서는 집정리좀 하라고 얘기를 하신다.

예전엔 그런 소리가 그리도 듣기 싫더니 이젠 그런 생각보다는 빨리 치워야지 하는 생각만 든다.  자꾸만 버리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자꾸만 늘어나는 건 낡은 살림뿐이다.

 

드라마속 주인공 아줌마들처럼 딴 남자한테 마음을 빼앗긴다거나 할 여유가 없다.

내 남편한테 잘 보이기도 벅찬데 그들은 참 대단하다.

맞벌이도 해야하고 빚도 갚아나가야 하고 내일은 아이들 돌반지를 모두 팔아서 저금을 시켜줘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왠만한 주부들 애인하나씩 다 있다면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요즘 남자들 80프로 이상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당연시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하긴 남자들은 예전부터 그래왔고 옛날에는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한순간의 헛된 욕망으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그러니 상처받는 건 어린 자식들 뿐이다.  아이들도 자라서 그런 악습을 그대로 따르면서 살아갈 것이다.

 

로또복권이 붐이 일때가 있었다.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아직도 진행하고 있다.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하지만 좋은 건 잠시이고 너무 끔찍했다.

지금의 내 남편과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어려운 시절이 싫어서 많이 변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실한 남편과 나는 전혀 다른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가정이 올바르게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엄청난 액수에 당첨된다면 예전에는 모른척하던 무리들이 모르긴 몰라도 갖은 아양과 위협으로 뜯어먹으려고 비수를 들고 설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복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살고있다.

 

다소 좀 큰 희망이라면 착실하게 살다가 돈이 모인다면 변두리 산이 보이는 경치좋은 곳에다가 자그마한 전통찻집을 열어서 지인들에게 대접도 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것뿐이다.

돈이 목적이 아닌 자연속에서 조그마한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건강하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살고싶을 뿐이다.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도 넓지는 않지만 공기좋은 산밑이라서 좋긴하다.  경제적인 여유만 좀 생긴다면 리모델링을 해서라도 분위기를 싹 바꾸고 싶다.

 

부도덕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정직하고 착실한 사람들도 절반이상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착실한 주부들이 가정을 지키면서 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결혼 생활 6년밖에 안된 초보주부지만 앞으로도 많은 난관들이 다가올테지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