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오랫만이다.
넘 오랫만이라 괜히 낯 설고 서먹 서먹한 느낌 마저 든다.
그 동안 새로운 식구들도 많이 늘고 그 옛날 정겨운 이름들도 눈에 띄니 정말 마음이 흐뭇하다.
아침 부터 소록 소록 내리는 빗소리에 나도 몰래 아컴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참 그동안 정신없이 살았구나!
서서히 한 편의 필름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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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 가에 씁쓸한 웃음이 지나간다.
그래 난 열심히 살았어 .
정말 열심히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았어.
원래 아픈 허리인데다 하루 10 시간씩 정말 허리 뿌러져라 열심히 살았어.
그렇게 살았어.
2년 하고도 딱 한달을
마트 캐샤 자리가 남들 눈에는 별로 시답쟎게 보일지 몰라도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다 상대하다 보니
사람한테 시달린다는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단지 자기네가 손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네를 밑으로 보고 우습게 보고
참 꼴불견들도 많더라.
나도 여기서 나가면 손님인걸 모르고 말이지...............
2년 동안 내 집을 전세주고 우린 달세방을 살았었다.
결혼해서 처음으로 그것도 10 년 넘게 집안에만 있다가
어쩔수 없이 내가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기에
이를 악 물고 내 자신과 싸울수 밖에 없었다.
내가 꼭 해야만 하는 현실속에서 난 무척이나 힘들었었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 그런 여유있는 다른이들의 삶이 넘 부러워서
무던히도 내 속을 끓였었다.
그럴때마다 느는것이라곤 쓴 소주 잔을 비우는 일이었다.
그 순간에 는 평화를 느낄수 있기에.
남들은 일요일이면 가족들이랑 벚꽃 구경을 가네
어디 단풍이 넘 좋더라네........
그런 소리 들려도 남의 나라 얘기인줄 그냥 흘러 버리고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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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방학이 되어도 방콕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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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겨운 상황들이 겆혀진것도 아닌데.
단지 우린 달세방을 접고 내 집으로 다시 들어 왔을뿐 아무것도 나아진것은 없는데.......
이름만 내 집인일 뿐인데......
다니던 직장도 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다 그만 두게 되고
오히려 상황은 더 어두워져만 가는데.......
이상하게도 난 내 평안을 얻는것 같으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옛 친구들이 날 항상 예전처럼 변함없이 대해줘서 그런가!
집에서 쉬어도 한쪽 머리 귀퉁이에선 빨리 뭘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니건만.
지금 이순간 에도 내 미소는 살며시 또 지나간다.
말한다.
당신 고생 많이 했는데 좀 쉬라고.
하지만 난 그 이의 속 맘을 안다.
이제 자기일이 좀 풀려져서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높고 험하다는 것을.
오늘 조심스레 난 내 맘의 방문을 조금 아주 조금 열어본다.
베란다로 들리는 가느다란 빗 소리처럼.
아주 작게
아주 조심스럽게.
난 세상과 싸울수 있는 힘을 기른다.
세상과 친하게 잘 살아갈수 있게끔 용기를 불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