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터넷 뱅킹을 통해 매일 송금건을 처리하는 업무를 한다.
하루종일 컴을 들여다보고 일하다보면 다른일도 아니고 또 돈과 관련된 일이라서
신경이 하루종일 예민해있다.그렇기에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얼떨떨하고 ..
며칠전엔 컴이 자꾸 골과 화를 번갈아 내기에 얘도 더워서 짜증나나 보다
달래가면서 겨우 겨우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아 ~ 이럴 수가
확인을 누르면 한참있다 창이 켜지고 아니면 질질 끌면서 인내심 테스트를 해대는데
기다리다못해 그만 다시 눌러서 재송금을 하고말았다.
예를 들자면 멜을 보낼 때도
왜 어떤때는 보내기가 빨리 안되어 다시 누르면 서너번씩 중복되어 가듯이 그렇게
한번 넣어줬어야할 금액을 상대방 통장에 두 번 입급을 시키는 실수를 하고말았으니
머리가 아득해지고 등에선 콩이튀기 시작했다.
아 ! 그런데 사람을 믿은 것이 또다른 실수를 반복하게 됐으니 ..
그날로 은행에 쫓아가서 이러저러해서 이런 실수를 했으니 지급정지를 시켜달라고
사정을 했더라면 마무리가 됐을텐데 그이틑날 상대방에게 전화를 해서
구걸하다시피 중복된 금액을 반송해달라 부탁을 해놓고 기다렸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기에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올뿐 정작 본인은 묵묵부답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
그깐 돈 몇푼에 핸드폰까지 꺼놓고 불안하고 답답한 나날을 견뎌야하는
그사람을 연민으로 봐줘야할까 도둑심보로 봐줘야 마땅할까
세상은 아직까지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지배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그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일까
모럴 헤저드니 뭐니 해도 그럴리가 없다고 정말로 순진하게도
그런 것들을 믿지 않으려 참으로 애쓰며 살아왔다.
작년에도 한건의 그런실수가 있어서 무던히도 애태우며 그런사람은
그 한사람뿐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아픈마음을 잊으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또 그런 실수와 쓰림과 사람에 대한 불신을 배워야하다니.
작년에는 170.000원 며칠전에는 60.000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사람의 그 검은생각이
너무 야속해서 가슴이 쓰리다.
차라리 배고픈 사람들에게 떡이라도 사다줬더라면 잠깐의 민생고나마 위안받으련만
그 시커먼속을 가진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해줘야할꼬
"에라 그걸로 떡이나 사먹어라" 아니면 후한 인심쓰듯 "밥한끼나 맛있는걸로
사먹고 다음부터는 절대 남의 눈먼돈 탐내지마 응" 그렇게 말해줘야 하려나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할 때마다 그사람이 지금 어떤 생각을하고 있으며
그 작은 돈으로 행복보따리를 잡아다닌걸로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등에서 식은땀이 송글 송글 배어나온다.
절대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와 함께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줄
방도를 모색하느라고 오늘도 내 머릿속 회로가 복잡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