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7살짜리 딸아이와 단둘이 아파트앞산을 올랐다.
신이난 녀석은 쉬지않는입으로 그날 유치원에서 있었던일을
쫑알쫑알거리며 얘길하고 있었고,난 듣는둥 마는둥
웃었다 말았다..하며 그렇게 가을산을 오르고 있었다.
".....구래서 엄마내가 너희들 싸우면 지옥가고
안싸우면 하늘나라에서 맨날맨날 놀수있어..구렇게 말했어.."
"응..그랬어? 그랬더니 친구가 뭐래?"
"근데..걔는 싸워도 지옥가서 신나게 놀수있대.."
ㅎㅎㅎㅎ(것도 말되네그려..)
한발한발 들어선 산에는 그새 물기빠진 초록잎들이
보이지않게 가을맞히를 하고 있는듯 애써 초록잎으로 반겨주었고
중간중간 제철을 알려주려는듯 키작은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윤기오른 봄에 아카시아향 가득할때 산을 오르고
이제야 올라오는 산은 그새 내나이만큼 어설픈 모습으로
녹음을 유지한채 빛바랠준비를 소리없이 하고 있는듯해 보였다.
가끔 눈에 띄는 성질급한 색바랜 누런잎들이
마치 흰머리 낼름거리며 숨어있는 내머리칼같아
마치 거울속의 나를 보는듯 씁쓰레한 웃음을 지어도
우리딸애는 전혀 아랑곳없이 끝없는 수다를 늘어놓는다.
어린딸아이와의 산행이 참 좋은면도 있구나.
깊이있는 이야기 안나누어도 되고..
내 생각에 잠겨서 대충 들어도..
기분 나빠하거나 욕하지도 않고,
눈치안보며 부담없는 사색.. 즐길수 있어서도 좋고
가끔은 녀석과 유치하게 놀아도 되고..ㅎㅎ
우린 녀석과 중간중간에 설치해놓은 원반에
마주서서 허리 돌리기도 하고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과 강아지풀 작은다발 만들어 손에 들고는
산을 오르다가 난 우연히도 눈에띄는 무덤을 바라보게 되었다.
"다애야..이무덤이 예뻐.. 저무덤이 예뻐?"
"음.. 저무덤.."
묘하게도 두내외인듯 묻어놓은 묘는 다듬지않은 잡초가 무성하였고
다른 한묘는 깨끗한 모습으로 되어 있는걸 어린딸아이의 눈에도
확연하게 구별이 돼 보이는가 보다..
"구래..엄마도.. 나중에 죽으면 저렇게 예쁘게 해줘야돼..알았지?"
"죽으면 저속에 들어가는거야?"
"응"
"그럼 숨은 어떻게 쉬어??"
"이런..ㅎㅎ 죽으면 숨을 못쉬는거야.."
"응 알써 엄마.. 그런데 땅은 누가 파는거야?"
녀석 "엄마 죽으면 안돼" 하고 말할줄 알았더만
어린녀석은 무슨 문제맞추기 게임하듯 꼬박꼬박 내게 물어본다..- -;;
"너희가 파는거야.. 아니 땅파는 아저씨가 있으니까
너희는 그 아저씨한테 돈을주면 다 해주거든.."
"구럼.. 돈없으면 내가 파야돼??"
"ㅎㅎ그래.."
"응 알써..언니보고 하라고 할께.."
@@에구 ...ㅎㅎ
"글구 엄마 예쁘게 묻어놓고 자주 놀러 와야돼..엄마심심하니까.."
"응 내가 꽃가지고 갈께"
어디서 본건 있던지 어린딸아이가 꽃을 사온다한다..ㅎㅎ
"무슨꽃?"
"응 장미꽃.."
"또.."
"음..개나리꽃."
ㅎㅎ계속 물어보니 자기가 그림책에서 본 꽃이름이 죄다 나온다..
"꽃말구 먹을것도 사와야쥐.."
"알써..음 뭐살까..김밥하고 떡복이 사가지고 갈까?.."
"엥@@ 구려..그것도 사고 또 엄마 좋아하는 커피하고 빵도 사오고."
"응 알았어엄마..참!! 튀김도 살까?"
ㅋㅋ그래..녀석은 집에서 내가사준 간식이라는 간식은 죄다 얘기한다.
흠..이젠 안돼겠다.
내가 제삿밥 맛있는거 얻어 먹을려면
좀 고급스런거 선별해서 사줘야 될것같다..하하
"근데엄마..땅속에 있으면서 어떡게 먹을수있어??"
"ㅎㅎ음..하늘나라에서 다 보면서 마음으로 먹을수 있거든.."
"알았어엄마..언니보고 돈내라고 해서 맛있는거 사주면 내가 들고갈께.."
@@@이자쉭..완전히 현재상황으로 알고있다.
녀석은 지금처럼 모든지 엄마언니가 사주면 자기야 늘
먹는거 챙겨들고 다니는 제역활만 기억하고는 훗날 어른이 될
자기모습은 전혀 예상치못하고 모든지 언니한테만 미룬다..
"언니가 바뻐서 못오면 어떡게 할래?"
"음..언니보고 사달라고 해서 내가 들고 갈께.."
@@@@ ㅎㅎㅎ
늘 지금 그모습 그대로인줄만 알고 말하는 녀석과 난 ...
어이없는 웃음을 끝으로 이만..
성급한 유언을.. 마칠수 밖에 없었다..ㅎㅎ
**여보게..
저승갈때 무얼가지고 가지..
한줌 바람소리 풍경소리 들고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