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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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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는 무얼먹고 사나?


BY 봄비내린아침 2001-09-26

토요일,
저녁때쯤 두 녀석 얼굴이 상기된채로 집안 구석구석을 뒤집고 다닌다..
"뭘 찾니?"
내 물음에 화들짝 놀라더니..
"아냐..아냐.."
"? 뭘 찾는데?"
아무리 물어도 답을 않는다.
"엄마, 영천할머니 집 가면 파리, 모기 많지?"
"엉..시골이니깐 당연히 많지..근데 인제 날이 쌀쌀해져서 아마도 많지는 않을걸"

4학년짜리 큰녀석의 표정이 묘하다.
"에이, 많아야 되는데..정말 없을까?"
일요일,
시골에 도착해서도 큰녀석은 다른무엇보다도 파리 모기를 찾는다고 법석이다..
왜였는지..나는 그때 이유를 몰랐고 그냥 호기심많은 녀석이라 또 무언가 궁금해서 그런가부다 생각하고 말었다.

월요일 아침..
나는 졸린 눈을 부부며 부억에서 물 한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큰녀석은 일치감치 일어나서 제 할일 다 하고는 습관적으로 책을 들고 거실에 앉아 읽고있다.
어떤땐 꼭 철 다 든 어른같은 것이, 또 어떤때는 천상 개구쟁이 4학년짜리 아이이다.
그러나, 이날아침처럼 남먼저 일어나 씻고 챙기고 아빠다리하고 앉아 책읽는 걸 보면 그렇게 허뭇하고 대견할 수가 없다.

"으아악~~~~~~~~~~"
나는 순간적으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큰 덩치로 퍼덕퍼덕뛰면서 벌벌 떨기까지했다.
"왜? 엄마.."
"야~~야~~ 저거 뭐야?"
거실 흰 바닥위에 거무튀튀한 색을 띤 쪼꼬만 곤충 한마리..
사마귀도 아니고 바퀴벌레는 더욱 아니고..
"뭐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진짜 쪼꼬만 도마뱀이다..
"어? 인제 찾었다"
녀석은 집게손을 해가지고 그 도마뱀을 손으로 콕 집었다.
"야, 물어..문다구..버려..얼렁 버려.."
"킬킬..키키킥..엄마, 이거 안 물어..이빨두 없는데 어찌 물어?"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숲에서..숲에서 잡아왔어"
"너, 정말 혼날래? 그러다가 물리면 어쩔려구?"
채 오센티도 안되는 쬐끄만 도마뱀이지만 쳐다볼수록 겁이 났다.
그리고, 이틀씩이나 집안 어딘가를 헤집고 다녔을 걸 생각하니 더욱..
난, 그때까지 한쪽벽면에 바싹 붙어서서 덜덜 떨구 있었다.
"엄마, 뚜껑달린 통 하나 줘."
"뭐할라구"
"이거 집어넣어두게"
"야~~~~~~~~버려! 문단 말야..도마뱀인걸"
"아냐..엄마, 익 먹이줘야되는데..엄마, 파충류는 파리나 모기같은 거 먹고 살지?"

아,
그랬구나..
녀석이 난데없이 파리 모기를 찾은 까닭..
아무리 버리라고 해도 막무가내이길래 뚜껑이 있는 밀폐용기를 줬다.
닫아두면 분명 숨이 막혀 죽을테지..하는 마음에..
"너, 뚜껑 열기만 해..가만 안 둘거야.."

지금 이틀째인데 독한 도마뱀..
여적지도 투명 밀폐용기안에서 고개 빳빳 쳐들고, 암것도 먹지않은 채 날 째려본다..

내 손으로 버리지도 못하고, 건들지도 못하고, 그냥 슬슬 도마뱀 눈을 피해 다닌다.

으그그...저걸어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