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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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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솝잡이 우리엄마


BY ssj11182003 2003-06-11

아주 어릴적에는 우리엄마가 그저 평범한 왼솝잡이신줄로만 알았습니다. "엄마는 왜 왼손으로만 해?" 라고 물으면 "궁금하니? 엄마는 오른손보다는 왼손이 더 편하거든" 그 어릴땐 엄마의 오른손이 남들과는 다른 불편함을 가지고 계신지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괜히 모르는 척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다른 오른팔과 왼팔이었기에...
그런 엄마셨지만 못하시는 것이 없으신 우리엄마는 건강한 육신을 가진 사람보다도 더 강하셨고, 모든일을 척척 해내시는 마술사와도 같았습니다. 그런 엄마를 전 친구들 앞에서도 자랑했던 기억이 납니다.특히 가을운동회를 할 때면 먹을 것을 가지고 빠지지 않고 오시던 엄마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우리엄마 예쁘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때마다 친구들은 부러운 마음에 쑥쓰럽게 인사했던 기억도 납니다.
언제나 고우시면서도 예쁘신 우리엄마가 지금은 주름살도 생겼고, 가끔 날씨가 좋지 않을 땐 오른팔이 아프시다는 말씀도 하시지만 그 작은체구에서 나오는 힘은 지금도 여전하시답니다.
젊으셨을 땐 약주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눈물도 참 많이 흘리셨습니다. 저녁늦게까지 들어오시지 않는 아버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보면 결국 어딘가에 누워계시는 아버지, 그럴때마다 자식들을 절대로 데려가지 않으셨습니다. 엄만 길거리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시다는 이유로 늘 혼자 나가셨습니다. 오히려 뒤 쫓아 나오는 자식들을 탓하셨거든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두 엄마가 된 제가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이젠 마음에 여유가 조금은 생기신듯 합니다. 예전과 다른 아버지셨기에 이젠 편안하게 나들이도 하시는 엄마가 되셨거든요
여름에도 자신있게 짧은 소매옷을 입으시는 우리엄마, 무엇보다도 목욕탕엘 가면 마치 구경거리인듯 사람들의 시선이 멈춰집니다. 그런 시선은 엄마에게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는데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우리엄마'라고 말한답니다. 힘겹지만 견디는 법을 배웠기에 여유롭지 않은 지금의 삶을 전 잘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