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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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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저 파도 소리에....


BY 동해바다 2001-09-10

연 4일째 내리는 폭우로 영동지방 곳곳이 비로 인해 난리를 겪고 있다.
도로에 낙석이 길을 막았고 우리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교실에 물이 차 공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지대가 낮다)

여름장마에도 별 탈없이 지내 왔건만...
가을임을 알려주는 비 치고는 그 맹위가 무섭기만 하다.

지금은 저녁시간.
선선하다 못해 이제 추워지는 것 같은 날씨에 딸마져
스웨터를 꺼내달라고 한마디 거든다.

두 계절을 뒤로 하고 모든 사람들이 감상에 빠지기 쉬운
가을이라는 계절이 얼마전에 가본 해안가에 길게 늘어선
코스모스를 보고 느꼈었는데......

오늘 모임이 있어 맛있게 마음의 점(점심)을 찍고
한가로이 시간이 있는 엄마들끼리 바닷가를 다녀왔다.

며칠동안 내린 비에 코스모스들은
땅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었다.
내리는 비에 가냘픈 몸으로 버티기엔 너무나 나약한 코스모스와는
정반대로 세차게 밀어 닥치는 파도는 위력 또한 대단했다.

멀리 보일듯 말듯한 수평선에 비를 맞으며 날고 있는 갈매기떼 하며
역시 바다는 보면 볼수록 그 수많은 형용사들을 끄집어 내어 적을 수 있는 빈 노트같았다.

굵게 내리는 비로 나가지 못하고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 하다가 잠시 주춤하는 비에 차창을 내린다.
파도소리가 엄청나다.
저쪽 해안 암벽쪽에 부딪치는 파도의 높이가
무섭도록 크기만 하다.

한적한 바닷가.

난 더운 여름날 바닷가는 싫다.
사람들은 아무리 피서라지만 그야말로 인해인 그 더운 여름날 바닷가를 왜 찾아올까.
한가로운, 한적한 봄바다...가을바다...겨울바다가 얼마나 좋은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을 축복의 땅이라 말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고 있는 도시라고.
자신의 고장에 대한 애향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고개만 돌리면 산이요 바다요 강이라니 말이다.

나 또한 이곳으로 이사와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 서서히 정이 들어가려 한다.
결혼해서 서울근교(수원)에 살았을 때에는 그곳이 제 2의 고향이라 했었는데...
그곳에서 산 만큼 이곳 삼척에서 살았으니 여긴 제 3의 고향이라 해야 하나.

우리 아이들의 영원한 고향이라 말할 수 있는 이곳 삼척
정말 둘러보면 두타산, 태백산, 알려지지 않은 산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오십천.
정말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망망대해 동해바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동네이다.

오늘 바닷가를 다녀 오면서
이렇게 세차게 내 앞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나 또한 타지 사람이지만 이곳 삼척에
다시한번 두터운 정 하나를 보태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 이 비가 그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