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엎어지면 코닿을데에 있는 시댁으로 출발.
시어른들 (어머니, 아버님, 시이모님들, 고모 할머니, 다니러온 시누이 내외)께 큰절 올리고, 식사준비하고 물리고 덤벙덤벙.
으~ 힘들어.
하고 한숨돌리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드라이기가 있었다.
내친구와 그의 애인이 결혼선물로 사준 특이한 (꼭 전투용 미사일총처럼 생겼다) 그게 시댁에도 있는거다.
"우와~ 요샌 이 드라이기가 유행인가 봐요. 내 친구가 선물해준거랑 똑같이 생겼네"
시누이 좀 당황하는듯 하더니 "응, 이거. 쓰고 니들 오기전에 빨랑 갖다놓을려고 했는데 깜빡 했다."
윽!!! 설마....
난 우리의 신혼집에 들어와 드라이기를 가져다 쓸줄은 꿈에도 생각못하고 한 소리였는데, 정말 넘 황당했다.
아낀다고 신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출근하는 아침에 개봉할려고 투명 케이스 포장도 개봉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네, 괘괜찮아요."
집으로 돌아오는길 신랑한테 난리를 쳤다.
"내가 쓰라고 했어. 뭐 그런걸 가지고 그래."
뭐 그러거라고.
주인도 없는 신혼집에 함부로 들어와..... 할말이 없었다.
그것보다 더 황당한 사건은 그 주 일요일에 일어났다.
결혼식이다, 신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회사다니느라 그 주말은 꿈같이 달콤한 잠속에 빠져있었다.
당연히 토요일저녁을 뜨겁게 보내고, 난 잠자리날개보다 투명한 검은 네글리제를 입고 자고 있었다.
잠결에 우리 현관문 따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거실을 가로지르는 발자욱 소리에 난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자기야!!!"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순간 아버님께서 불쑥 안방에 들어오시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
"아.... 아.... 아..버....님... "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불로 몸을 가려야 하나, 그냥 자연스럽게 아버님을 맞아야하나.
그때 시간을 보니, 아침 8시가 좀 넘어 있었다.
후후... 지금 생각하면 도란 도란 추억거리지만, 그땐 신랑한테 무지 화풀이 많이 했었다.
님들의 맞춤친구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