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어제 잔머리좀 굴렸다
일요일이 아버님 생신이라 토욜인인 어제 장을 보려고 아들과 백화점 지하 마트로 막 출발 하려는데.
후배가 전화가 왔다
"언니..스케줄 없어요?없으심 우리 스킨수쿠버하는데 따라가요.친정 오빠들 가는데 같이 갈래요?""
"힝..내일 시어른 생신이라 장봐서 시댁 가야 하는데..우쨔지.아`~가고싶은데..미치겟따야.."
""언니..스쿠버해서 건져올린 싱싱한 전복..굴 ..홍합..드셔봤수?즉석에서 회쳐서 먹는 맛 알우?갑시다....울오빠 배도 있어요 노을지는 바다에서 작은 배의 흔들거림을 느껴 보자 구요.."
후배의 달콤한 꼬드김은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했고 그 테스튼 몆분만에 결정나버렷다.
"구랴구랴.이십년을 한결 같이 제사 한번 빠진적없고 .생신한번 빠트린적 없고 .아랫동서 셋이나 있어도.장보는거 맡긴적 없고.친정엄마 삼오지내고 온날 시댁제사도 빠진적없으니.한번쯤은 ..동서들에게도 그동안 혼자 당연한줄 해왔던 일을 맡길 필요도 있다는 합리화를 성립하기에 이르렀다""ㅎㅎㅎ
어카지 어카지...적당한 핑계를 대고 바닷가에 놀러 가고픈데 .흠..
후배의 전화를 끊고 옆을 보니 대학 2학년생인 아들이 히죽웃고 서있었다.
우선 산교육이 얼매나 중요한지 아는 에미인 나로선 아들부터 이해를 시켜야했다.
'"복달아..이에민 여직까정 단한번도 니그 친가행사에 빠져본적이없는거 넌 알제?숙모들이야 날믿고 한번씩 빠지지만서두.에...고로 너의 함구가 필요하느니..우짤래?입다물어줄래?""
아들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만들어 요게..필요한디유..요게..지폐 천원패서 시퍼렇게 맹근 돈유.."
설명안해두 만원짜리인거 알죠??
암튼 시댁과 동서에게 전화를 해서 연극을 해야만 햇다.
"동서 올해 아버님 장은 자네가좀 보그라.내야..급한일로 밤늦게 가야하니 알앗제?""
갑자기 생전 처음으로 부탁을 하니 바로 아랫동서는 당황하는 눈치를 보이길래.
"자네도 내가 하는일 한번 해보그라 그래야 내속도 알지.. 대구 막내동서 오면 같이 보그라""
동서의 알았다는 말에 다음은 어머니 차례였다.
그렇게 그렇게 나 새댁시절 혹독하게 시집살이 시키시던 어머닌 나이드시니.
마냥 후하시다..무사통과 ..세월이 흔적이리라.
어머니도 구워 삶아 놓는데 성공을 했다.
후배의 차를 타고 도구해수욕장 옆에 임곡이란 작은 어촌마을을 찾았다.
후배의 오빠들은 통통배을 타고 먼바다에서 들어오는중이엿다.
통통통 엔진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드는 뒤에는 포항제철의 흰 연기와 붉은 노을이 장관을 연출 했다.
배안에는 막 건져올린 자연산 해산물들이 망속에 가득채워져있었다,
배를 타고 싶다 하니 후배오빠가 선뜻 타라며 엔진에 음료수병에 든 기름을 붓는다.
배를 탈때 흔들림에 곧 물속으로 빠질것 같은 공포감에
나는 으악!!고함을 치며 발버둥을 치니 주위에서 우와~~~웃는다.
처음 배를 타는 기분은 째졌다
갈수없었던 큰바위를 지나 뭍하고 멀어지니 작은 어촌마을에 늦오후에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어선들이 수십척 방파제에서 흔들 거리고 한척의 배는 밤새 잡힐 그물을 치러 뱃꼬리에 그물을 달고바다로 향한다.
작은 어촌에 마을 회관이 보이고 그회관을 나오는 한노인이 구부정한 허리로 바닷가를 걷는 모습에서
""바다와노인"이 떠올랐다.
방파제에서 바다 낚시꾼들의 진지함과 우리의통통통 엔진소리와 두여자의 즐거운 환호성은
노을 지는 바다위에 갈매기들은 소스라치듯 하늘로 비상을 해버렸다.
그날따라 고요한 바다는 주황빛 노을을 받아 발갛게 물들고
비록 시아버지 생신준비를 동서들에게 떠맡기고 왔어도
어떤 죄책감도 미안함 보다는 "아,나도 이럴때가 있구나..오래살다보니 이럴수도 있구나""하며
잠시 본궤도에서 무단 이탈한 기분도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자연산 멍게며 횟감을쳐서 소주한잔에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내려가니 짜르르..소식이 바로온다.
일렁이는 바다의 저녁노을은 내 가슴이며 얼굴까지 발갛게 물들였다.
두어잔의 소주때문인지 노을때문인지는 몰라도...
낡은 폰에 째지는 폰음이 내귀에 때리고 바다로 펴져갔다.
우째 느낌이 좋지않다
동서 였다.
처음으로 보는 큰장을 두동서는 갈팔질팡하나부다.
갈비는 얼만큼 사냐는둥.과일은 모모사냐는둥...후~~
"알아서들 해보게나 알어서들...바빠 끊게나~~"뚜뚜뚜...ㅎㅎㅎ
한시간 후..째지는 폰음이 귓전과 내가슴을 덜컥거렷다.
뜨는 번호를 보니 이번엔 막내 시동생이다.
큰형수의 빈자리에..큰형수의 공백에 ..몬가 낮설었는지.허전 했는지.섭섭했는지.
언제오냐고 다그친다..
"어..어...삼촌...지..지금은 아..안돼..바쁘.."
당황하면 더듬거리는 나는 더듬으며 전화를 끊고 나니 잔머리 굴리는것도 고문이구나.고문..이란 생각이 드니 다신 이짓 할게 못된단 생각이 들었다..ㅎㅎㅎ
시댁으로 가는 후배의 차안에서 나는 상가플위에 하늘색 아이새도우와 빨강 립스틱을 지우고 .
단장한 머리를 손으로 헝클고 난뒤에 나의 완벽한 잔머리 건은 마무리 지어졋다.
스스로 지은죄에 펄럭 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시댁에 들어서니
맛잇는 음식냄새와 동서들이 나를 반긴다.
마치 처녀적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고소한 멸치복음 냄새와
퇴근 하는 딸을 맞이하는 친정에서의 나를 잠시 아주 잠시나마 이십녀년전에 나로 거슬러 올라가게했다.
내가 하는 음식냄새가 아닌 남이 해놓은 음식 냄새는 나의 후각을 한층더 자극한다는 것도.
알았다.
눈을 찡끗 거리며 모자간의 비밀을 만든 지에미에게 묘한 미소를 보내는 아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
후배 오빠가 담아준 자연산 홍합이 든 까만 봉다리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박박 씻어 찜통에 담아 파란 가스불을 당기고 정구지<부추>를 송송 썰어 놓았다.
그리고...윽...!!여기서 스돕..쉿~!
울 옆지기..거실서 컴으로 다가오네요,,들통나면.. 죽음..,나갑니다,,,,,,,,,,윽~휘릭`~
잔머리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