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서 컴을 켠다. 항상
들리는 카페에 들어가서 새로운 글이나 있나 하고 살펴
보니 마침 있다. 읽어보고 답을 달고 하니 시간이 꽤
흘렀다.
평소에는 출근이 빨라서 아침을 일찍 먹으니 습관이
되어서 배꼽시계가 때를 알리면서 계속 울어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줌마가 만들어 놓은 요구르트가
있다. 역시 아줌마표 딸기쨈을 넣어서 한 컵을 먹으니
배고픔은 가신다.
빈 속에다 먹을 것을 채우니 나른한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서 혼자 자고 있는 아줌마 옆에 가서 누웠다.
다가가서
"마눌 따랑해~~~"
하면서 가볍게 끌어안으니
"뭐하고 왔어?"
라고 내뱄듯이 눈도 뜨지 않고 묻는다.
"어, 컴좀 간단히 하고 왔지"
"손가락 때 묻히고 왔구나! 내 몸에 때 묻으니 이 손
떼~~~"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것을 아줌은 '손가락 때묻히기'라고
표현을 한다. 나는 입으로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고 손으로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하여 '손수다'라고 하는데 말이다.
"그럼 입은 깨끗한데 우리 뽀뽀나 함 하자."
라고 하면서 얼른 아내의 몸에서 손을 떼고 입술에 뽀뽀를
한다.
그러자 아줌마는
"입도 더러워 저리 비켜. 가서 아줌마들한테나 많이 해줘!"
"아니 손은 자판을 두들기니 때가 묻었다고 해도, 입은
왜 더럽다는 거야?"
"상상으로 그ㄴ ㅕ ㄴ들하고 많이 했을거 아냐"
"아줌마, 말 조심해. 그렇게 깨끗한 입에서 왜 그리
안 깨끗한 말이 흘러나오지?"
우리 집 아줌마는 내가 컴을 처음 하면서 채팅을 해서
속을 ??였대서 지금도 새벽에 컴을 하면 채팅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다. 그렇다고 채팅을 해서 바람을 피웠다거나
정팅을 해서 섬씽을 만들지도 않았는데도 지금도 전과자
취급을 한다. 아고, 언제나 잃었던 신용을 회복할런지...
"아줌마, 배고프다. 밥 먹자!"
"허걱, 자기 간 큰 남자 얘기도 못들었어?"
"그게 뭔데?"
"일요일 아침 일찍 밥 차려달라는 남자도 간 큰 남자에
속한다구!"
"나는 간보다는 다른게 더 큰데!"
"그게 뭔데?"
"어, 그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
"크긴 뭘 크다고 그래. 그건 기본이지. 쓸데없는
소리 말아. 일요일에 10시는 기본이구, 12시에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이 표준이라더라"
"아주, 갈수록 태산이군. 이 아줌마 여자 아니랄까봐
입만 살아가지고. 알았어. 오늘 하루종일 자라구."
아줌마와 나는 체질이 정반대다. 나는 저녁 밥숫가락을
놓으면 눈이 감겨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아줌마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출근이 빨라서 6시30분이면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데 깨워서 아침을 차리라고 하면
몹시 피곤해 한다. 바로 목이 잠기고 아프다고 짜증을
내니 차라리 내가 차려먹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또 곤히
자는 모습을 보면 깨우기가 안스러워서 내가 해먹고 다
닌다.
나는 다른 요리는 못해도 밥짓는 거는 잘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알려주셨다. 쌀을 넣고 손등이 잠길듯 말듯
하게 물을 넣으라고 알려주셔서 지금도 그렇게 하면 되지도
질지도 않게 밥이 잘된다. 반찬이야 냉장고에 들어 있으니
꺼내서 먹으면 된다. 여기에 계란후라이라도 하면 진수성찬
이 되는 것이다.
일요일인 오늘도 나는 쌀을 일어 밥을 안친다. 함께 사는
아줌마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배꼽시계는 계속
울어대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에구, 나는 언제나 아줌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얻어먹으려나! 아줌마를 바꾸던지,
직장을 바꾸던지 해야하는데 둘 다 불가능하니... 에라이!
포기하고 살아야지.
그래, 아줌마, 건강만 해다오. 당신의 건강은 우리 가족의
행-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