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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을 아시나요....


BY 올리비아 2001-09-09

빛바랜 사진첩속에서 티없이 웃고있는 소녀를..
지금의 내가아닌 또다른 나의 모습을...보신적 있으신가요.

스카프 목에 두르고 면바지 염색해 멋을내며
친구들과 통키타에 매료되어 지내던 그시절..

담배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에서 신청곡 고히적어
유리상자속의 긴머리 DJ오빠에게 가슴설레이며 건네주던..

학창시절 교복에 흰칼라 목련꽃처럼 눈부시게 펼쳐입고
그 무거운 가방과 보조가방 힘겹게 들고 다니던 ..

그때 그시절을 아시나요..

아침일찍 검은머리핀 하나로 한층 멋을내어 그렇게
만원버스에 오르면 제복입은 안내양언니의 씩씩한 몸짓으로
우리를 차안으로 힘껏 구겨밀듯 밀어놓으며 안내양언니는
기사아저씨에게 차등을 힘껏 두둘기면서 출발의 신호를 보냅니다..

안내양언니의 우렁찬 오라이~ 소리에
차가 움직이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였던..

그때 그시절을 아시나요..

손잡이를 잡지않아도 넘어짐이 없을정도의 만원버스를
타보았던 기억이 언제였던지 까마득합니다.

가끔은 가방속에 작은젓갈병에 싸온 김치국물이 흘러
두갈래로 세워놓은 책모서리를 붉게 물들이기도 하고..

성질급한 식욕으로 꺼내먹는 도시락..
그맛은 과연 어떤맛에 비할까요.

매점에는 그런친구들의 꺼지지않는 먹성의 아우성으로
항상 북적데던 그 매점은 지금도 그곳에 있을까요..

따스한봄 햇빛한곳에 모아놓은듯한 운동장 한구석 바위에 앉아
친구와 함께 라디오방송에 보낼 엽서를 정성들여 써본적이 있으신지요.

친한친구의 이름몇명과 신청곡 번호순으로 고히 써서
그많은 엽서중 나의엽서가 눈에 띄길바라는 얕은마음에
엽서테두리 예쁘게 치장하느라 밤새 레이스를 수놓았던..

늦은밤 라디오소리에 숨죽이며 귀기울여 듣던
이종환아저씨 목소리의 별~이~빛~나~는~ 밤~에~~

그때 그시절을 기억하시나요..

고교얄개의 스타 전영록과 임예진은 마치 우리들의 우상이었고
우리의 대변인인듯한 그들의 영화에서 보이지않는 사랑을 꿈꿔왔었고..

러브스토리..라스트콘서트..로미오와 쥴리엣..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온 그날밤엔
혼자 잠못이루며 마음 아파한적도 참 많았답니다.

뜨거운 여름이 우리의 청춘을 그렇게 또 반깁니다..
바닷가를 옆에 끼고 모래밭에 둥그렇게 자리잡고 둘러앉아
부르던 노래소리를 기억하시는지요..

조개 껍질먹고~~ 그녀의목에걸고~~
기타소리에 참 많이도 불러보았던 그노래소리는

아직도 여름밤하늘에 남아 있을까 싶어 밤바다를 둘러보니
그곳엔 화려한 폭죽과 굉음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씁쓸하게 날 반기더군요..

그때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마 그때도 이렇게 또 가을이 왔었나 봅니다.
감히 세상을 살아보지않은 소녀는 괜히 가을이라는
이유하나로 한껏 센치해 보기도 하였지요.

멀리서 지나가는 기차를 교실창 안에서 바라보기도하고
발밑에 일렁이는 노란낙엽 책갈피에 꽂아 글을 써놓기도하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와서 가을을 지내보니
그시절 제가 지낸가을은 모양내기의 가을임을 알게되었네요..

그때 그시절이 우습습니다...

아주 추운겨울날 학교에서도 눈이옵니다.
조개석탄의 난로불위엔 행동빠른아이의 도시락순으로 높히
포개어있었던 그겨울의 정경은 이젠 볼수가 없을것입니다.

추운교실의 시려움을 이겨내기위해
엄마의 버선을 가져와 신기도하고 손수 떠준 속바지와
뜨게질한 목도리가 그렇게 우리의 한겨울을 따스하게 꾸며주었지요..

문득 오늘같이 목덜미에 찬바람 더듬고 지나가면
말로 표현할수 없는 색깔없는 묘한감정들로
가슴한켠에 소리없는 그리움으로 비집고 들어옵니다..

어느덧 시큼한 가을바람에 떠오르는 옛생각들이
많아진걸 보니 정말 세월이 참 많이도 흐른것 같습니다.

계절이 또 이렇게 바뀔때마다
흔적없이 사라진 보고 싶은 그시절들.....

그때 그시절들이 너무나..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때 그시절을 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