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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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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 아내 빵점 엄마 ..


BY 아리 2003-05-28


오늘처럼 아다리가 맞지 않는 날은

불안이 가슴을 쥐어뜯고

온 살이 다 떨어져나가는 듯 멍하다 ..

사람이 살다가 게으름도 부리고

멍청한 시간도 보낸다지만 ..


직장엘 다니던 난 한동안 강박증에 시달렸다 ..

내가 회사엘 나갔더라면 지금쯤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하고

그 노동의 수고에 적당한 돈을 받고

나는 당당한 한 사람으로 이렇게 서 있다 하는 ...

아울러 나는 조금도 빈틈없이 열심히 일하며

잘못도 지적도 없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하는 멍청한? 강박관념

같은 것으로 ...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늘

'그래 내가 이일을 왜 놓게 되었는데 하는 ...'

일에 대한 강박증으로

백점 엄마 백점 아내가 될거라는 영원한 착각으로


이일 저일

집안에 가만히 있는 주부도 보면 꽤 잡다한 일로 시달릴 때가 많다

어느땐 온종일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 처럼 보여도

어느땐 온종일 빨래삶기 집안청소 다림질 침대 시트갈기

은행가기 시장가기 야채데치기 .........

그 잡다한 일을 다하고

저녁에 친구와 전화중에

친구의 둘재녀석이 야리 야리 말라서

덩치 큰 녀석들에게 치인다는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역시 엄마가 한눈을 파는 사이 둘째 녀석은 컴퓨터에 빠져있다가

학원버스를 놓치고 멍청히 있다

그 녀석을 데려다주고 ..

오는 길에 위로를 한답시고 잠시 친구집에 들렀다

다 늦은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오는 신랑

그리고 11시가 넘어야 귀가할 큰녀석 ..

이제 나는 아무도 없다 루루 랄라 ~~

고작해야 한두시간

친구와 수다도 못하랴 싶어 못다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공연히 불안함이 나의 목을 조른다 ..

저녁을 들고 가라는 말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집으로 오니 ..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는 그 누구도 없건만

이상하게 현관문이 열려있다

큰녀석이 일찍 와 있는 것이다

야간자율학습도 아니하고

그냥 피곤해서 집으로 왔단다

---한달에 한번 쉴 수 있는 그날을 바로 이렇게 엄마도 없는 날로 ..

맞추어서 --

라면 냄새가 온집안을 진동한다 ..

그래 어쩌다 하루

집을 비우고? 나갔다 오니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리는 구나

엄마가 이것 저것 맛잇는 것도 해주고

뭔지모를 완전한 휴식을 준비해주고 싶었는데

공연히 화가나서

집에 전화도 안하고 일찍와 버렸다고 속이 상하다고 답답해하니 ..

"엄마 되었어요 하루 라면먹는다고 큰일나나요 .."

가뜩이나 평소 학교급식이 부실하고

입맛까다로운 놈이 제 동생에게 입버릇처럼 되뇌는

"얌마 너는 엄마한테 저녁얻어 먹는 거 영광으로 생각해 ..

급식은 우겨 넣는 거지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야 .."

바로 이소리가 내귀를 울리며 나를 괴롭힌다

--소심한 나 ..@@#$@#


아이들이 한참 먹을때는 이것 저것 챙겨서 사고 준비하고

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재미로 살았건만 ..

이제 나는 일을 찾지 못하고 ...그 일을 잃어버리고 놓아버렸는지

모른다 어리석게도


T.F ---Task Force

라고 신랑이 갑자기 주어진 일을 해대느라

저녁시간 없이 한달 내내 늦게 오다보니

나는 그간의 일들을 모두 망각하고 게으른 시간에 길들여져

이렇듯 구멍이 난 하루를 접고 있다

다 늦게까지 일하고 온 신랑에게

입을 내밀고 ...---뭘 잘했다고!!

"신랑이 매일 늦게 오니까 ..재미도 없어 .."

볼멘 소리로 어리광아닌 어리광을 늘어놓다

된통 혼줄이 난다 ..

"이사람아 ..지금 나는 힘이 들어 죽겠어 ..."

힘이 다 떨어진 목소리를 낸다

그가 나를 야단치고 어쩌고 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나스스로 빵점 아내 빵점 엄마 인거 같아서

속이 상하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

멍청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싶어서

그 하루가 이렇게 지나고 있다

얼마전에 개인적으로 조금 속이 상하는 일이 있어서

신랑에게 이야기를 하니 ..

전에는

눈을 크게 뜨면서

"아니 감히 누가 우리 마누라한테 ..(나의 절대성역인 ..)"

하던 사람이

"아하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셔요 그거라고 속을 썩으셔야지

무엇으로 속을 썩으시겠습니까 ..계속 속 썩으셔요 썩어 .."

하고 빈정거린다

그래 ..

속이 상하는 일이 없으니

이리 ..작은 일로 또 속을 상하며 자야할 것 같다

우리 신랑 말대로 이거라도 속을 썩으며 에거거 ~~~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오늘의 일은 반성하며

꼼꼼히 일을 하고 지내야겠다 ...

속을 풀어도 풀리지 않는건 내 안에서 나를 용서할 수 없는

멍청함이 나를 비웃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모르겠다 귀찮다 자야겠다고 ~~~~~ZZZzzzzz